윤석열, ‘탄핵의 강’ 건널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4-29 14: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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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른바 ‘윤석열 대망론’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자들 역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마땅한 대안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우선 될 사람부터 밀어주자’라는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에 실망한 국민이 증가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야당 지지자들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그게 윤석열의 대망론을 무너뜨릴 정도의 변수로 작용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그런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저런 대통령도 탄핵을 안 당했는데, 박근혜가 그만한 일로 탄핵을 당한 건 억울하겠다”라는 목소리가 야권 지지층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서병수 의원이 최근 국회에서 대정부질의를 통해 “박근혜 탄핵은 잘못됐다“”라며 “사면을 건의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그런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박근혜 사면론'이 뜨면 뜰수록 '윤석열 지지'는 꺼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의힘의 아성이라는 대구·경북(TK) 지역 민심이 그렇다. 그 지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강건하다. TK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이 TK에서 외면받는 것도 그가 '박근혜 배신자'로 단단히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그런 정서 탓에 그가 TK에서 출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TK 평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쓰러뜨린 칼잡이'라는 원망 의견이 다수다.


왜냐하면, 2016년 국정 농단 사건 특검의 수사팀장을 맡아 모질게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0년을 구형한 것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기 때문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최근 "윤 전 총장은 특검 수사팀장을 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던 분"이라고 저격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더 국정농단 의혹이 많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수사를 중도에서 포기하고, 검찰총장직을 내던져 버리고 말았다. 이에 대한 TK 민심은 상당히 비판적이다.


대구 달서병이 지역구인 김용판 의원이 28일 '검사 윤석열'을 소환하며 과거사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것은 그런 민심을 전하는 것이었다.


김 의원은 2013년 서울지방경찰청장 퇴임 직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은 윤석열 전 총장이었다.


김 의원은 "2013년 저는 당시 윤석열 수사팀장에 의해 소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억울하게 기소돼 2년간 재판을 거쳐 무죄 판결을 받았다"라며 "믿을 수 없는 특정인의 진술에만 의존한 검찰이 저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라는 선입견에 젖어 증거를 무시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믿을 수 없는 특정인이란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었던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을 지칭하는 것이다. 즉 정치권 입문을 노린 믿을 수 없는 권 의원의 진술만 믿고 자신을 기소한 잘못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윤 전 총장을 향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이탈도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박근혜 사면 문제는 야권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은 이런 연유다.


실제 이 교수는 이날 한 방송에서 “사실상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총지휘하고 그걸 기반으로 검찰총장이 되지 않았느냐”라면서 “그렇다고 해서 사면이 안 된다고 하면 보수 유권자들 절반 이상의 지지를 잃어버린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찍이 등판할수록 사면에 관한 입장표명 문제가 대두될 것이고 나아가서는 검찰권 남용이라는 의문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이자 대구 수성갑에 지역구를 둔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거 직무수행 과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윤석열 전 총장 본인이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고, 차기 원내대표 후보인 권성동 의원도 "(검사 시절) 실수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입장을 밝혀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은 ‘탄핵의 강’을 건너기 위해 유승민 전 의원처럼 제1야당에 합류할 것인지, 아니면 제3 정당에서 홀로서기를 할 것인지 선택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는 윤석열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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