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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청에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황당한 소식이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여전히 강력한 야권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오 시장에 대한 경찰의 강력한 수사 의지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왜냐하면, 별것도 아닌 사건에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지난 31일 마치 엄청난 범죄행위처럼 서울시청을 무려 7시간에 걸쳐 압수수색을 한 탓이다.
그것도 서울시 도시계획국, 도시교통실 택시물류과 등 여러 곳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한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오세훈 시장이 국민의힘 후보자로 나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토론회 과정에서 한 발언을 트집 잡고 한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가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오 시장을 고발했다는 게 이유다.
설사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있더라도 잠재적 야권 대선 주자인 오세훈 시장에 대해 토론회 발언을 문제 삼아 압수수색까지 나선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정도라면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혐의라는 것도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대체 그날 토론회에서 어떤 발언이 있었던 것일까?
당시 토론회 영상을 보면, 박영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파이시티 의혹 아시죠’라고 말하자, 오 시장은 “제목은 기억납니다”라고 답했다가, 박 후보가 강철원 당시 캠프 비서실장(현 서울시 민생특별보좌관)이 ‘잡혀 들어갔다’고 언급하자 “아 그러고 나니까 기억이 나네요”라고 말했다.
이게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참 가관이다.
물론 오 시장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단언한 게 아니라 그렇게 기억한다는 식으로 말을 했을 뿐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8년 5월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하셨죠?’라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그런 일 없다”며 “제가 (형의 정신병원 입원을)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다”고 답했다가 기소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후보자 등이 토론회에 참여해 질문·답변하거나 주장·반론하는 것은 그것이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 지사의 경우 ‘단언’까지 했음에도 무죄판결을 내렸다면 ‘기억’에 의존한 오 시장에게는 더더욱 그런 혐의를 씌울 수 없다는 걸 경찰이 몰랐을까?
몰랐다면 무능한 경찰이고, 알고 했다면 그 저의를 의심받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최근 태양광, 사회주택 등 사업에 대해 고발 조치 등을 예고하자 시민단체 심기를 건드렸고, 그들이 보복에 나선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경찰이 별것도 아닌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압수수색까지 나선 것은 오 시장에 대한 의도적인 망신주기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가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과잉수사'라고 비판한 것은 이런 연유다.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야당 서울시장에 대한 과도한 과잉수사, 정치수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지난 4·7 재보궐 선거 당시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제 재직시절에 서울시 관계되는 사건은 아닐 겁니다'라는 발언은 과거의 기억에 의존한 답변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두고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 위반이라는 수사 사유를 내세워 마치 엄청난 범죄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전격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과잉수사이자 야당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과장 포장수사"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지금 확인한 분명한 사실관계는 파이시티 개발의 시설규모 결정 등 도시계획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쳤지만, 파이시티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와 건축허가는 서초구청에서 인허가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미 오세훈 시장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다.
야권 일각에선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오세훈 대선 차출론’이 힘을 잃게 되었고, 시민단체의 횡포가 더욱 심화할 수도 있다. 경찰이 이걸 노린 것이라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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