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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결국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에 몸을 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아예 신당을 창당해서 ‘제3 후보’로 나올 것이란 기대에서부터 무소속으로 남아있다가 야권 후보와 단일화하게 될 것이란 전망과 처음부터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등 온갖 설(說)이 난무했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그 가운데서 국민의힘으로 직행하는 손쉬운 방식을 선택한 것 같다.
그가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에게 "신당 창당은 안 한다. 제3지대로는 가지 않는다"고 확실히 못 박은 것이나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을 잇달아 회동하는 것을 보면 제1야당 입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확실해 보인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은 최근 국민의힘 비박계 중진 정진석·권성동 의원과 신진 세력인 윤희숙 의원과 연이어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의원은 “회동 당시 윤 전 총장이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피해 준 적은 없다. 약점 잡힐 게 있었다면 아예 정치를 시작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라며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의지를 전했다.
지난 주말 강릉에서 만난 권성동 의원은 “시기의 문제일 뿐 윤 전 총장이 100% 입당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상범 의원은 “안부 차 지난달 22일 윤 전 총장과 전화통화를 했다”라면서 “늦어도 7월 안에는 입당할 것 같다”라고 아예 입당 시기를 구체화하기도 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윤희숙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를 같이하자”라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윤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이 입당 결심을 굳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러면 장외에서 제3지대냐, 신당 창당이냐 등을 놓고 탐색전을 벌이던 윤 전 총장이 왜 장고 끝에 국민의힘 행을 선택했을까?
아마도 조직·자금력·정치 경험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최대 약점을 보완해줄 우군이 절실히 필요한 탓일 게다. 특히 장모 문제 등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든든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정치세력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입당할 것이란 소식이 나오자 ‘장모’ 문제를 들먹이며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한 마당이다.
신정훈 의원은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윤석열 씨는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남에게 금전적으로 10원 한 장 피해 준 적은 없다'고 했다는데 아무리 장모님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넘쳐나기로 이 상황에 할 말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윤석열 씨의 장모 되는 최 모씨에 대해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설립해 운영에 개입하고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징역 3년이 구형됐다고 한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서 많은 이들이 주로 ‘징역 3년’에만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은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들 아시듯이 윤석열 씨의 주변 의혹 중 처가 관련 건은 여러 의혹이 있는데, 그게 다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라며 "당연히 피해자들의 고소, 고발이 이어졌지만 제대로 된 수사는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 검찰 구형은 윤석열 씨가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후에야 생긴 변화인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참 대단한 위세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이 재임 기간 장모에 대한 기소를 막았다는 취지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장모 의혹에는 한없이 관대한 윤석열, 이것이 윤석열이 말하는 ‘공정과 정의’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은 "장모 최씨가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재판 결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책임면제각서’를 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입건조차 되지 않은 것은 상식적인 수사라고 할 수 없다"며 "특히 재수사를 통해서 밝혀진 내용이 정말 사실이라면, 단순히 돈을 빌려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봐주기 수사’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은 자신을 보호해줄 강력한 방패막이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게 제1 야당 입당을 결심하게 된 배경일 것이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극단적 대립의 정치를 초래하는 양당제를 무너뜨리고 협치가 가능한 다당제를 이루어 줄 것이라 믿고, 윤 전 총장에게 희망을 걸었던 수많은 유권자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 전 총장의 선택이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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