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범행 입증 불충분 판단 [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2009년 제주에서 발생한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직 택시기사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8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모(52)씨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새벽 자신이 몰던 택시에 탄 보육교사 A(당시 27세)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살해한 뒤 시신을 제주 애월읍 농로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 실종 신고가 있고 8일 뒤 시신이 발견됐으나, 사망 시점이 '발견 전 24시간 이내'로 잘못 추정돼 장기 미제 사건이 됐다.
경찰은 2016년 미제 사건 전담팀을 꾸려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던 이 사건 수사를 재개했고, 박씨는 사건 발생 9년 만인 2018년 5월 경북 영주에서 검거됐다.
재판에서는 세월이 흐른 상황에서 택시 운행 경로를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 등 간접 증거를 종합해 박씨의 살인 여부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박씨 검거 당시 경찰은 차 운전석과 트렁크, 옷가지 등에서 A씨가 사망할 때 입은 옷과 유사한 실오라기를 다량 발견한 후 미세증거 증폭 기술로 증거를 확보했는데, 이런 증거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이에 1심은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통화 내역을 삭제하는 등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면서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범행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역시 "동물 털, 미세섬유 증거 및 CCTV 영상과 그 분석 결과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및 그 예외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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