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조국 앞에서 작아지는 민주당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4-13 14: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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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작 중요한 패인으로 지목되는 ‘조국 사태’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애초 일부 초선 의원들은 선거 직후 ‘조국 사태’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감싼 것에 대해 반성한다며 고개 숙인 바 있다.


하지만 일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그들을 향해 “분열주의자”라며 무차별 문자폭탄을 날렸고, 이후 초선 의원들은 ‘조국’의 ‘조’ 자도 꺼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민주당 초선 의원 81명 모임인 ‘더민초’는 13일 2차 회의를 열고 초선 모임을 상시 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고영인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초선 운영위원회도 꾸린다. 다음 달 2일 열리는 당 대표·최고위원 경선에 후보를 내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초선 의원 세력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모임에선 조국 사태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초선 장철민 의원은 지난 9일 오영환·이소영·장경태·전용기 등 다른 초선 의원들과 ‘조국 사태’를 반성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으나 이날은 “우리가 조 전 장관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집중하지 말아달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오히려 지난 9일 1차 회의 때보다 반성 수위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앞으로 조국 얘기는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하니 가관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 49명 중 30여 명도 이날 모여 “우리와 생각이 다른 목소리를 듣는 것에 부족했고, 민생에 소홀했으며, 과오를 인정하는 것에 정정당당하지 못했다”라는 입장문을 냈지만, 정작 중요한 조국 사태에 대해선 침묵했다.


오히려 김영호 의원은 재선 의원 모임 후 “선거 패배를 이유로 우리가 추진했던 개혁이 흔들리거나 후퇴해선 안 된다”라며 “검찰개혁 등 매듭지어야 할 개혁 과제들에는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국 발(發)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실상 조국을 옹호하고 나선 셈이다.


초·재선 의원들만 그러는 게 아니다.


같은 날 3선 의원들도 반성문을 썼지만,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민주당 3선 의원 25명 중 18명이 참석한 3선 모임은 입장문을 통해 “초선·재선 의원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과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존중을 표한다”라면서도 ‘조국 사태’에 대해선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선거 패배를 초래한 모든 잘못을 반성하지만 가장 중요한 ‘조국 사태’만큼은 반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원조 친노' 인사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조국 사태와 관련, "아무 잘못이 없고 멀쩡한 생사람을 때려잡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유 전 총장은 전날 SBS '주진영의 뉴스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동정론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한 사람이 재산을 더 불리려고 펀드에 투자했다든가, 아이들 스펙(specification)을 쌓으려고 소위 소수 특권층만이 했던 그러한 것은 부끄러운 것 아닌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유독 ‘조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4·7 재보선을 통해 확인된 민심에 철저한 반성과 성찰, 뼈를 깎는 혁신을 다짐하고 앞장서겠다면서도 정작 핵심 사안인 ‘조국 사태’는 논외로 해야 한다는 민주당을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민주당 반성의 출발점은 ‘조국 사태’다. 그걸 거부한 모든 반성문은 가짜다.


초·재선 의원들이 아무리 세력화를 시도하고, 개혁을 주장하더라도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이 없는 한 그들 역시 가짜일 수밖에 없다.


장담하거니와 암 덩어리를 잘라내지 않고, 암세포 주변에 소독약을 바르는 식의 처방으로는 결코 죽어가는 민주당을 살려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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