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로 시동 꺼진 車 조작··· 음주운전 유죄·위험운전 무죄

홍덕표 / hongdp@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1-19 15: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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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술에 취해 시동이 꺼진 차량을 조작한 것은 법이 정의한 '운전'으로 보기 어려워 사고가 발생했어도 위험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 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7월 만취 상태로 차량을 조작하다가 비탈길에서 차가 뒤로 미끄러져 뒤에 주차해 있던 택시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택시 기사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당시 100m 가량을 음주운전을 한 A씨는 차를 세운 뒤 지인에게 운전을 맡겼다.

하지만 지인이 '스톱앤고'(STOP&GO) 기능에 미숙해 시동을 걸지 못하자 다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스톱앤고는 신호대기 등 정차 시 브레이크를 밟고 있으면 엔진 회전을 멈췄다가 발을 떼면 다시 엔진이 구동되며 시동이 걸리는 기능이다.

그러나 A씨 역시 시동을 걸지 못했다. A씨는 브레이크 페달을 반복해 조작하며 차량을 앞으로 움직이려고 했지만, 오히려 차량은 비탈을 따라 뒤로 밀려 내려갔고 결국 택시와 부딪쳤다.

이에 1심 재판부는 "본인 의도와 달리 차가 뒤로 밀렸다고 해서 차를 운전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며 음준운전 혐의와 함께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위험운전 치상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음주운전 혐의만 인정해 벌금을 400만원으로 낮췄다.

재판부는 A씨가 시동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조작한 점, 변속기를 '후진'으로 놓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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