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힘 게이트’라면서 특검은 “결사반대”…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9-30 15: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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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경기도지사 성남시장 재임 시절에 자신이 직접 설계했다고 밝힌 대방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야당은 물론 법조계와 진보성향의 인사들마저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조차 '전략적 특검 수용론'이 나올 정도로 특검은 대세다.


최근에는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특검이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작 대방동 개발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하는 민주당과 이재명 지사가 “특검 결사반대”를 외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아들이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기점으로 대장동 의혹을 '야당 게이트'로 규정하고 역공에 나섰다.


심지어 이재명 지사는 '대장동 의혹은 국민의힘 토건 비리 게이트'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게 정말 이 지사의 말처럼 ‘국민의힘 게이트’라면 특검을 통해 그 사실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야말로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길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특검을 논하기 전에 검찰의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반대했고, 이재명 지사 역시 “특검 수사를 하면서 시간 끄는 건 적폐 세력들의 수법”이라며 특검을 도입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국민의힘 게이트’라면서 대선 국면에서 야당을 박살 낼 수 있는 특검에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걸 보면 이재명 지사 측이 뭔가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오죽하면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가 '대장동 의혹은 국민의힘 토건비리 게이트'라고 주장한 이 지사의 발언을 공유하면서 “100% 공감한다”라며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면 국민의힘 박살 내는 건 시간문제”라고 비꼬았겠는가.


대체 민주당은 왜 특검을 반대하는 것일까?


표면적인 반대 이유는 특검 출범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통상 특검이 수사 첫발을 떼려면 '여야 간 특검법안 논의→시행→특검 추천·임명→수사팀 구성 및 사무실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 모든 절차를 밟으려면 시간이 걸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특검을 상시 도입하는 내용의 상설특검법을 활용한다면, 8일 이내 특검을 임명할 수 있다. 지금처럼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되, 특검이 출범하면 그때 자료를 넘기면 그만이다. 따라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는 변명은 특검을 피하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제2의 드루킹 사건’을 우려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대장동 게이트 ‘몸통’이 이재명일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대법원이 징역 2년을 선고함에 따라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박탈당하고, 형집행기간 2년에 형 실효기간 5년을 더한 7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장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당 대표 시절, 야당을 의심하면서 “네이버에 매크로(동일 행동을 반복하는 소프트웨어)를 악용한 댓글 조직 정황이 발견됐다”라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한 결과다.


특검을 통해 수사한 결과 야당이 아니라 김경수가 댓글 조작의 몸통이라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번에도 이재명 지사가 몸통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특검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법무부 장관이 제어할 수 있는 검찰과 달리, 특검은 수사 방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여권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야당을 겨누었던 칼끝이 되레 이재명 지사를 향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결사반대”를 외치지만, 민주당이 끝까지 특검을 거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이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 외에 법조·언론계 등으로 번지면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탓이다.


당내에서 '전략적 특검 수용론'이 나온 것은 이런 연유다.


실제로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 이상민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아무리 경찰, 검찰이 한다고 해도 종국적으로 특검으로 안 갈 수가 없다"라며 "저희가 맞불 작전으로 확 먼저 (특검을 도입)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제 이재명 지사의 선택에 달렸다. 자신의 설계가 잘못되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죄한 후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는 게 국가와 당을 위한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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