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상 비장애인 상대 성범죄··· 大法 "가중처벌 대상"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2-25 15: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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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외관상 비장애인처럼 보이는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도 가중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장애인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장애인 강간 무죄, 형법상 강간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3년 10월~2014년 1월 3개월여간 이웃집에 사는 지체·시각장애 3급 여성 B씨를 강제로 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A씨의 강제추행·성폭행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하지만 1심은 A씨에게 비장애인을 상대로 한 형법상 강간·강제추행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가 지능이 보통 수준이고 소아마비로 걸음이 불편하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B씨가 성폭력처벌법이 정한 장애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B씨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 장애를 갖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항소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B씨의 외형과 신체적 특징과 능력, 지능 등을 종합하면 성적 자기 결정권의 행사를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정도의 장애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1심 재판부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적인 장애가 있어야 장애인 성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성폭력 처벌법상 장애인 강간 등 혐의를 적용해 A씨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은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이라며 원심보다 넓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상태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며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폭력처벌법상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의미·범위와 판단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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