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레깅스 입은 여성 촬영 '버스 몰카'도 성범죄다"··· '무죄 선고' 원심 파기

홍덕표 / hongdp@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1-06 15: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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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레깅스 등 밀착된 옷을 입은 여성의 신체 부위를 공개 장소에서 몰래 촬영해도 성범죄로 보고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하차하려고 버스 출입문 앞에 서 있는 B씨의 하반신을 휴대전화 동영상 카메라로 8초가량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 재판부는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해자 노출 부위가 목과 손·발목 등이 전부였고 신체 부위를 확대 촬영하지 않았다는 점,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은 둔부와 허벅지의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몰카 성범죄 대상이 반드시 '노출된 신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촬영의 대상, 촬영 결과물, 촬영의 방식 등 피해자가 촬영을 당한 맥락, 피해자의 반응 등에 비춰보면 A씨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법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성적 자유를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에서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로 확대한 최초의 판시"라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은 2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촬영물을 증거로 첨부해 열람이 가능하도록 해 판사들 사이에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현재는 피해자 측 변호인의 신청으로 판결서 등의 열람·복사가 제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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