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다음날 숙취운전으로 사망… 法 "업무상 재해"

홍덕표 / hongdp@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5-23 17: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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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회식 다음 날 술이 덜 깬 상태로 차를 몰아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출근길 교통사고로 숨진 A씨의 부친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6월9일 상사와 함께 오후 10시50분까지 술을 마시고 6월10일 차를 운전해 출근하던 중 사고로 숨졌다.

A씨의 혈액을 감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077%로 나타났다.

A씨는 당시 제한속도(시속 70㎞)를 넘는 시속 151㎞로 운전하다 반대 방향 차로의 연석과 신호등, 가로수를 잇달아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음주와 과속운전에 따른 범죄로 숨져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재판부는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보기 어려워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고인이 사고 전날 상사의 제안과 협력업체 직원들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음주를 하게 됐다. 채용된 지 약 70일 지난 고인이 상사와의 모임을 거절하거나 종료 시각 등을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은 사고 당일 근무시간이 시작되는 시간인 오전 5시께 상급자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깨어 출발했다"며 "고인으로서는 지각 시간을 줄여야 했고 이를 위해 과속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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