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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옷 젖는다.’ 라는 말이 있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을 보면서 생각나는 구절이다. 취임 2개월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30%대로 하락했다. 잔뜩 하늘은 흐려 있고 언제 폭우가 쏟아질지 모르는 분위기이다.
이명박 대통령 때의 소고기 파동이나 박근혜 대통령 때의 세월호 사건이 터진 것도 아니다.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어 보겠다는 대통령의 진정성과 정부의 국정운영방향에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당과 정부와의 관계, 윤 대통령 자신과 그의 정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과 정부는 정권의 힘의 두 축이다. 그 중 한 축인 당이 오로지 권력 투쟁에만 몰두해 있는 국민의힘 현상을 빼놓을 수 없다. 이준석과 윤핵관의 권력투쟁 양상이 모든 정치적 현안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를 당의 일로만 치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민들의 눈에는 책임회피로 보여 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상처로 남게 될 우려가 크다.
다른 하나는 윤 대통령 자신과 그의 정부에 관한 문제다. 우선 대통령 외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대통령의 총론만 보이고 실질적 해결책인 각론은 보이질 않는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보이질 않았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고 나서야 긴급 관계 장관 회의가 이루어진 것이 이런 현상을 대변하고 있다. 장관들은 있는데 장관들은 보이지 않는 현상이 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춰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대통령 자신의 문제이다. 인사 문제나 국정 어젠다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대국적 포용성이나 진지함이 보이질 않는다. 정치권에 빚이 없다고 하면서 인재 풀을 스스로 좁힘으로써 야당의 정치적 공격에 불과했던 ‘검찰공화국’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말았다. 또한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도 국가 경영을 위한 진지함과 고뇌가 묻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면에서 윤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회견과 인사는 실패작이다.
게다가 청와대 비선 인사 논란과 그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공정과 상식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또한 지난 정권에서 자행되었던 안보 파괴와 부정 비리, 민생 파탄에 대한 수사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민생을 안정시키고 법치와 안보의 복원을 기대했던 핵심 보수층에도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는 대한민국호를 어디로 이끌고 갈지 비전과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가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하고, 문재인 정권이 요소요소에 구축해 놓고 심어 놓은 좌파 진영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럴수록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그 첫 단추는 법치를 확립하고 국정의 집행에 원칙을 세우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것이 공정과 상식이다.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소통으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
국민의 지지를 얻는 길은 우선 민생을 회복하고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소리를 내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장관들과 청와대 참모들이 자기 분야에 대한 신념과 철학으로 국민을 설득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신념과 철학이 부족해, 보이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 인사들은 이 기회에 교체해야 한다.
당의 조속한 정상화가 필요하다. 권력투쟁만하는 집권 여당의 모습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준석 대표의 결단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의 정상화를 위해 윤핵관 문제를 비롯해 비상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의 인재 풀을 넓혀 재야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국정에 대한 야권의 건설적인 협조는 필요하다. 이를 통해 대통령의 부족한 정치 경륜을 보완해야 한다. 대통령실의 정무 기능 강화와 당의 조속한 정상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정권교체의 초심을 살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무너진 민생경제와 법치를 회복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일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전 정부와 비교하지 말고 국민이 전정부와 비교하면서 실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대야당인 민주당도 이재명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로 내분사태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국정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국정 과제 앞에서 망설인다면 정권교체를 이루어 내고서도 거야의 도전에 또다시 굴복하는 참담한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자유우파정부가 또다시 실패해서는 안 된다. 잦은 오판이나 안이한 부실 대응이 가랑비에 옷 젖듯 국민의 마음을 떠나가게 하고, 때로는 폭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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