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패널이 피해 키워
19일 오전 11시25분경 서울 성동구 마장동 먹자골목에서 불이 나 2시간여 만에 꺼졌다.
이 불로 주택을 포함한 건물 8곳이 모두 타고 점포 1곳이 일부 타는 등 모두 9곳의 건물이 피해를 봤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주변에 있던 70명이 대피했으며, 가게에서 숙식해오던 상인 등 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인원 127명과 장비 34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2시간42분 만인 오후 2시7분경 불을 완전히 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맨 처음 불이 난 가게는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채운 '샌드위치 패널' 소재를 이용해 지은 건물이었다. 이 자재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 대형물류 창고 등의 마감재로 널리 사용되지만, 가연성이 높아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해 6월 소방관 1명이 순직한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지난해 12월 수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청량리농수산물시장 화재 때도 샌드위치 패널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한편 인근 주민들은 피해 점포들이 무허가 건물들이라며 구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피해 주택·점포를 포함해 해당 골목에 있는 건물 모두 국공유지에 들어선 무허가 건물"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골목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마장동 소 도축장 일대 정리사업을 하면서 형성됐다"며 "시책에 따라 무허가 건물들을 한곳에 몰아넣다 보니 이 골목이 들어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무허가 건물이라고 해도 강제 철거를 하지 않고, 이행강제금이나 변상금을 부과하고 있다"면서 "해당 점포들도 월 약 30만원씩, 연 360만원 정도의 변상금을 오랜 기간 부과받아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말을 맞아 시장을 찾은 시민들과 인근 상인들은 갑작스러운 화재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피해를 본 상인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화재 현장 맞은편에 있는 정육점에서 일하는 양시우(17)씨는 "매대에 서 있는데 맞은 편에서 갑자기 검은 연기가 훅 치솟았다. 그 뒤로 불꽃이 일더니 손님들이 뛰쳐나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송봉준(47)씨는 "먹자골목에 있는 가게가 전부 40∼50년씩 된 가게다"라며 "주로 연세가 있으신 분들께서 가게를 운영하시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식당 사이에 설치된 전기 설비에서 발생한 스파크가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르면 22일 합동 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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