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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들이 제우스 신에게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왕을 보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제우스는 큰 막대기를 개구리들이 사는 연못에 던져 주었다. 처음에는 개구리들이 그 큰 막대기 근처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시간이 한 참 지나서 한 개구리가 가만히 있는 그 막대기를 ‘툭’ 하고 건드려 본다. 그래도 막대기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이 개구리, 저 개구리 다 한 번씩 발로 차 봤다. 그래도 묵묵부답이다. 급기야는 나무토막을 타고 놀게 되었다.
자신들을 지켜 주지도 그렇다고 강력한 명령을 하지도 않는 나무토막을 가지고 놀던 개구리들은 다시 신에게 기도했다. 나무토막이 아니라 자신들을 다스려 줄 강력한 왕을 보내 달라고 했고, 제우스는 개구리들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 그들의 왕으로 막대기와 비슷한 것을 던져 주었다. 바로 물뱀이다. 물뱀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가만히 있는 막대기 왕에 싫증 났던 개구리들은 대환영이었다. 하지만 그 물뱀은 이리저리 다니면서 개구리들을 혼내 주고, 심지어 잡아먹기도 했다. 개구리들은 혼비백산 도망 다니기 바쁘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개구리 왕 이야기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이 꼭 연못가에 모인 개구리들을 닮았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8일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관련 당 대표 권한을 유지하기로 했다.
애초 비명계에선 공관위원장과 위원 임명과 관련 최고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도록 당헌·당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공관위 구성과 관련 최고위원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취지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중앙당 공관위원장과 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당대표가 임명한다. 또 시·도당 공천관리위원장과 위원은 시·도당 상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도당 위원장이 당 대표에게 추천하고 최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한다.
최고위원의 ‘의결’이 아니라 형식적으로 ‘심의’만 하면 되도록 만든 것이다.
앞서 전준위는 이달 4일 차기 지도부의 지도체제와 관련해서도 현행 '단일 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결국, 민주당 대표에게 공천권을 포함한 전권을 부여하게 되는 셈이다.
최고위원들 모두가 반대해도 당 대표 한 사람의 결정을 바꿀 수가 없다. 모두가 우려하는 ‘공천 대학살’이 가능한, 그야말로 ‘제왕적 대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런 제왕적 대표는 바로 이재명 의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앞서 전준위는 이재명 의원에게 ‘꽃길’을 깔아주는 전대룰을 만들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확대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준위에 따르면 투표 반영 비율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25% △일반당원 5%로 변경된다.
대의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기존 45%에서 30%로 줄인 대신 일반 국민 비율을 기존 10%에서 25%로 늘린 것이다. 일반 국민에게 더 다가간다는 취지인데 결과적으로 전국 단위 인지도가 높은 이 의원에게 유리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날개까지 달아준 셈이다.
결국, 이재명에게 무시무시한 ‘공천학살권’을 내어준 셈이다.
한마디로 연못의 어리석은 개구리들이 ‘물뱀 왕’을 만들어 놓고 그를 숭배하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연못가의 개구리들이 모두 물뱀의 먹이가 되어 씨가 마르듯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은 공천학살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고, 그로 인해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은 소수파 정당으로 몰락해 결국은 소멸의 절차를 밟게 될 것 아니겠는가.
더구나 이재명 의원은 현재 피의자로 적시되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게 현재 6건이나 된다. 이중 어느 한 건이라도 이재명 의원이 연루된 사실이 입증되면 구속을 면하기 어렵다. 그 여파가 민주당 간판을 달고 출마할 총선 출마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하랴. 제우스 신에게 사악한 물뱀 왕을 간청했던 개구리들에게 책임이 있듯이 이재명에게 공천학살의 전권을 거머쥔 ‘제왕적 대표’가 되도록 길을 열어준 민주당의 책임인 것을.
이 모든 건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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