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신고로 완성되는 소방 안전망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12-24 09: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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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교 위승빈
 
소방시설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가 만드는 안전한 일상, 화재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러나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의 상당 부분은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아니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불법행위에서 비롯된다. 

 

비상구를 잠가두거나, 소화기 앞에 물건을 쌓아두고, 스프링클러 전원을 임의로 차단하는 행위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위급한 순간에는 생사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제도가 바로 소방시설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다. 이 제도는 시민이 일상 속에서 발견한 불법행위를 신고하면, 이를 확인한 뒤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단속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시민 참여를 통해 안전을 완성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불법행위는 ‘습관’이 되고, 사고는 ‘순간’에 발생한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불법행위는 비상구와 피난통로 관리 소홀이다. “잠깐이니까 괜찮겠지”, “오늘만 막아두자”라는 생각이 쌓여 어느새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은 화재 발생이라는 단 한 번의 순간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과거 한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야간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비상구 앞에 적치된 물건 때문에 대피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현장 조사 결과 “연기 확산이 조금만 더 빨랐어도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 시설은 이전에 시민 신고로 비상구 관리 위반이 적발돼 시정 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신고가 없었다면 위험은 그대로 방치됐을 것이다.

신고포상제는 처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신고포상제에 대해 일부에서는 ‘감시’나 ‘고발’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제도의 본질은 처벌이 아니다. 목적은 오직 예방이다. 불법행위를 조기에 발견해 바로잡고, 더 큰 사고를 막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시민 신고를 계기로 현장 점검과 안전지도가 이루어지고, 이후에는 동일한 위반이 반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전통시장에서는 과거 시민 신고로 소화기 적치 불법행위가 시정된 이후, 실제 화재 발생 시 상인이 즉시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 진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한 번의 신고가 수많은 피해를 막은 셈이다.

시민이 가장 먼저, 가장 정확하게 본다
소방관이 모든 현장을 상시 점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시민은 생활 속에서 가장 먼저 위험을 발견한다. 출근길에 본 막힌 비상구, 장사를 준비하며 본 방화문 고정, 창고 한켠에 가려진 소화기. 이 모든 장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이다.


신고 방법은 어렵지 않다. 119 또는 관할 소방서로 신고하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 등 증거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조례 기준에 따라 포상금이 지급되며, 신고자의 신분은 철저히 보호된다. 허위나 중복 신고는 제외되는 등 공정성도 함께 담보하고 있다.

안전은 누군가의 몫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다
소방시설은 평소에는 존재를 잊기 쉽지만, 위급한 순간에는 단 하나의 생명줄이 된다. 그 생명줄이 불법행위로 무력화된다면, 화재는 더 이상 관리 가능한 사고가 아니라 재난이 된다.


소방시설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는 거창한 제도가 아니다. 생활 속 작은 관심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장치다. 불법행위를 발견했을 때 “누군가 하겠지”가 아니라 “내가 신고하겠다”는 선택이 쌓일수록 지역사회는 더 안전해진다.

한 건의 신고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고, 한 가족의 일상을 지킬 수 있다. 시민의 용기 있는 신고가 곧 우리 모두의 안전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안전한 일상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그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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