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서울시장 출마 역겹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4-04 10: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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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특별한 이유 없이 복귀하면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당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자리 욕심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노골적인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급기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기자회견까지 열고 "하산 신호를 내린 기수가 갑자기 ‘나홀로 등산’을 선언하는 데서 생기는 당과 국민의 혼선을 정리해줄 의무가 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송 전 대표는 동일 지역구 연속 4선 출마 금지 약속을 선도하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른바 ‘86용퇴론’을 촉발한 당사자다.


그에 따라 서울시장 출마를 꿈꾸던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부산시장 후보 차출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김영춘 전 장관마저 불출마를 선언해야 했다.


그런데 정작 ‘86용퇴론’을 촉발한 당사자가 슬그머니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은 뭔가 어색하다.


만일, 이게 의도된 것이라면 김민석 의원의 지적처럼 ‘86용퇴론’으로 잠재적 경쟁자들을 모두 하산시킨 후 자신만 등산하는 꼴이어서 ‘농간’이라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대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지 얼마 안 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은 ‘사퇴 쇼’로 비칠 여지가 다분하다.


당 대표보다 더 큰 서울시장 자리 욕심 때문에 사퇴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슬그머니 복귀한 것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또 지난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송영길은 당시 당 대표로서 ‘무공천’을 결정한 바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의원직 사퇴한 것을 ‘귀책사유’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선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하고, 그렇게 되면 송 의원의 인천 계양을은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종로처럼 ‘귀책사유’로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하는지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특히 '누구누구가 경쟁력이 있다면, 왜 당에서 나를 거론했겠느냐'라며 마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경쟁력이 없어서 자신이 출마 요청을 받아 결단한 것처럼 발언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일부 극소수의 의원들이 출마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반대 의원들이 더 많았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송영길 전 대표는 서울시와 아무런 연고가 없다는 점이다.


명분 없는 무연고자의 서울시장 출마는 서울 시민들의 수준을 우습게 본 것으로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 마치 장돌뱅이가 이리저리 장터를 찾아다니듯, 출마할 곳을 찾아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국민이 보기에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주소 이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도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주소 이전 마감 시한인 지난 1일 부랴부랴 송파구로 주소를 옮겼다. 처형이 소유한 서울 송파구에 방이 두 칸짜리인 다세대 주택을 임차했다고 한다.


누가 보아도 송 전 대표가 실제 거주하기 위한 임차가 아니라 단지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주소지 이전에 불과하다.


선거에서 떨어지면 그곳으로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9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합법적 ‘위장전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송 전 대표는 물러날 태세가 아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주소를 서울 송파구로 옮겼다"라면서 "이제 누가 서울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당과 당원과 지지자들께서 판단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송영길 전 대표의 그릇된 욕심이 결국 민주당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명분 없는 출마, 그 여파가 서울시장 선거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그걸 알고도 자리를 탐하는 그의 정치 행보가 역겹기 그지없다.

 

국민의힘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아무 명분 없이 무연고지인 경기도에서 출마 선언한 것도 역겹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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