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식 못된 정치 사라져야 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3-13 10: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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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에만 제20대 대통령 선거 직후인 지난 10일부터 이틀 동안 온라인 입당자가 1만 1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그 가운데 80%가 여성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은 20·30대다.


신규 입당뿐만 아니라 일반 당원에서 월 1000원 이상의 당비를 내야 하는 권리당원으로 전환하겠다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남녀 갈라치기', '세대포위론' 등 나쁜 전략이 남긴 후유증이다.


애초 제20대 대선에서 압도적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가뿐하게 승리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0.73%p 차(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최소 격차)로 '진땀승'을 거두었다.


이준석 대표의 나쁜 전략 탓이다.


전 세대를 포용해야 할 정치인이 오히려 선거를 위해 정치적으로 갈등을 부채질하고 그 갈등을 득표 전략으로 이용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더구나 그런 전략은 득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여성 표를 무더기로 이재명 후보에게 헌납하는 역풍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이준석 책임론'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에서 그래도 한가지 건진 게 있다면, 비열한 이준석식 정치를 퇴출해야 한다는 데에 진영의 차이를 넘어 보편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국민의힘 내에서 적절한 후속 조치가 있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이대남 전술이 (20대 여성의) 반발을 불러온 거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20대) 여성들은 '또 국민의힘이 우리를 배제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실 수가 있었던 건데 그걸 저희가 놓쳤다"라며 "(20대 여성분들에게)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그 분노의 표가 이재명 후보에게 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내세워온 '세대포위론'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사실 적절한 전술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최연소 국회의원인 전용기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2030 지지율을 통해 ‘세대포위론’, ‘펨코정치’의 실패가 여실히 드러났는데도 ‘갈라치기한 적이 없다, 내 덕분에 이대녀 지지율 오른거 봐라’하며 자기합리화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게시판에도 이준석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이 대표의 여성 혐오 정치로 인해 국민의힘은 힘든 싸움을 했다"며 "이 대표의 (전략) 실패이자 무능력함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전 세대의 공감대 속에 정권교체를 할 수 있었던 걸 어렵게 만들고 국민 여론을 반으로 나눈 사람이 이 대표"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뻔뻔하게 자신의 전략 때문에 승리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선 '왜 라구아디아로 바로 회항해서 착륙시도하지 않았습니까', '시도했으면 됐을 겁니다', '시뮬레이터로 테스트했습니다' 등 영화 허드슨강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보통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고 일축했다.


감히 당 대표에게 어느 누가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느냐는 태도다. 자격이 없다는 거다.


과연 이런 당 대표를 그대로 그 자리에 두고 6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지 의문이다.


오죽하면 진중권 전 교수가 이에 대해 "어느 조종사가 하중 줄이려고 비행 중에 여성 승객을 기체 밖으로 내쫓나"라고 직격탄을 날렸겠는가.


더 큰 문제는 윤석열 정부에 미칠 악영향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 통합 정부이고 국민화합의 정부여야 한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의 나쁜 전략으로 인해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여성의 반감을 달래기가 쉽지 않게 됐다.


국민 통합을 공약했지만, 남녀 갈등만 증폭되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당선인은 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과 결별하고 이 땅의 절반인 여성을 포용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남성 지지층에만 집중해 국정을 운영해선 안 된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지지층 중심의 정치로 실패했던 것을 되풀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대한민국 정치가 올바르게 변화하려면 ‘이준석식 못된 정치’인 ‘편 가르기’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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