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1%를 위한 ‘야합’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4-24 10: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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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여야가 합의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대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어떻게 될까?


권력 수사 공백과 민생 사건 처리 지연 등으로 대혼란이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안착 때까지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서 혼선이 빚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이뤄진 '야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합의한 이유가 무엇일까?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서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의장의 중재안에는 현재 검찰청법 4조 1항에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한정한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범죄 2개로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직자범죄와 선거 범죄 등 국회의원들이나 정치인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범죄를 검찰 직접수사에서 빼버린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겠다는 여·야의 암묵적 의도가 ‘야합’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사실 선거 사건은 공소시효가 6개월로 매우 짧다. 그런데도 법리의 적용이나 해석은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서 중요 선거 범죄는 그동안 검찰 내에서도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전문가들이 도맡아 수사해왔다. 이런 사건을 노하우가 쌓이지 않은 다른 기관으로 넘어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수사 공백이 빚어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더구나 경찰이 서너 달을 끌다 송치하면 검찰은 사건을 살펴볼 시간이 부족해 결국 경찰 의견대로 기소하고 사건을 끝낼 수밖에 없다.


특히 공직자범죄의 경우, 검찰이 아닌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할 때 수사 과정에서 들어오는 권력의 '외압'에 맞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공직자범죄 수사는 기본적으로 권력자나 그 주변을 겨냥해 벌어지는 데 신분보장이 되는 검사가 아닌 다른 수사기관이 이를 맡는다면 정치권의 입김이나 윗선의 압력에 취약해질 것이란 말이다.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을 위한 중재안에 여야가 추악한 ‘야합’을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민생범죄에서 발생하는 경찰의 과잉수사나 인권침해를 바로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1%도 안 되는 권력형 범죄만 ‘야합’하고, 99%의 서민 사건, 민생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통제 방안은 마련조차 하지 않고 외면한 셈이다.


특히 다중 민생 피해사건의 수사가 검찰과 경찰의 '핑퐁'으로 지연될 것이란 점도 문제다.


중재안에 따르면 검찰은 송치 후 수사 과정에서 추가 피해자나 범죄 혐의를 포착하는 경우, 사건을 다시 경찰에 돌려보내거나 경찰의 별도 수사 후 송치를 기다려야 한다. 피해자가 많은 다중 피해 범죄의 경우 이러한 절차가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수사 지연사태가 발생한 것은 불 보듯 빤하다.


1%의 권력자들만을 위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선에서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며 반대한 윤석열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준 국민을 배신한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박 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을 여야가 받아들인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외치던 검찰개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보라”며 “부패한 정치인과 서민 등치는 사기꾼, 온갖 민생사범만 신이 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들은 검찰 수사보다 행정부 소속으로 외압에 약한 경찰 수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또 ‘검수완박 입법을 두고 “민주당 파워엘리트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파워가 국민의힘으로 넘어가다 보니 그 혜택을 이제 그 당(국민의힘) 엘리트들도 고스란히 보게 됐다”라면서 “결국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 것”이라며 민주당을 겨냥해 “이제 만족하느냐”고 물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권선동 원내대표는 이같은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반성하기는커녕 “검수완박 원안에 맞서 강경 투쟁으로 끝까지 갔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 태도가 더 괘씸하다. 기왕 합의할 것이라면 1%의 정치인을 위한 합의가 아니라 99%의 민생을 위한 합의를 끌어냈어야 옳았다. 국민을 배신한 권성동은 보름 후면 집권당이 될 원내대표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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