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공천’ 폭로에도 ‘어대명’…참담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7-24 10: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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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1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이재명 의원이 인천 계양을 공천을 직접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가히 충격적이다.


그런데도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대명’이라는 당내 분위기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대선과 지선의 잇따른 패배에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이재명 의원이 정말 박지현에게 ‘셀프공천’을 압박했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신에게 ‘사법리스크’가 있다는 걸 알고 ‘방탄조끼’를 입으려 했다는 의미인 까닭이다.


그러면 박지현의 폭로는 사실일까?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박지현은 지난 4월 8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에 대해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당 대표가 (6·1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송영길 전 대표를 컷오프(공천배제) 하기로 했다.


그러자 박지현이 느닷없이 태도를 바꿔 4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략공관위) 결정은 당원과 서울시민, 그리고 국민을 모두 외면한 결정으로 규정한다”라며 송영길 전 대표도 경선에 참여하는 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4월 8일과 20일 사이에 이재명으로부터 박지현이 상당한 압력을 받았던 모양이다.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해야만 인천 계양을에 보궐선거를 하게 되고, 그 자리에 자신이 출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시 비대위원이었던 조응천 의원은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컷오프 결정 번복, 이재명 고문의 인천 계양을 공천에 대해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할 만큼 집요하게 집착했던 사정이 이해가 됐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당시 이재명 의원 측이 “지도부가 출마를 요청해 이 의원이 동의한 것”이라고 밝힌 것은 새빨간 거짓말인 셈이다.


강병원 의원이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 고문의 ‘셀프·무염치 공천’ 전말이 드러난 것”이라고 맹비난한 것은 이런 연유다.


강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출마배경에 대한) 이 고문의 그동안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는 얘기가 된다. 당이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당의 위기를 빙자해 스스로 지역구까지 찍은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당내에 팽배한 ‘어대명’의 분위기를 바꿀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이나 당원들은 어차피 이재명 의원의 도덕성을 보고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에게 사법리스크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단지 지난 대선에서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 0.75%의 미미한 격차로 패배했다는 이른바 ‘졌잘싸’에 도취 돼 그를 지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로 인해 민주당이 차기 총선에서 폭망할 것이라는 당 안팎의 비난 따위는 들을 생각조차 않는다. 심지어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탄핵”을 입에 올리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내에서 '해체론'이 나올 정도로 수세에 몰렸던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의원들이 대거 법제사법위원회에 포진하는 등 존재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실제로 24일 국회에 따르면, 처럼회 의원 가운데 김남국·김승원·김의겸·이탄희·최강욱 의원 등 5명이 법사위에 배정됐다. 전체 민주당 법사위원 10명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숫자다.


처럼회는 ‘이재명 홍위병들’이라는 지적을 받는 모임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한국3M'를 한 후보자의 자녀로 오인한 발언, '이 모 교수'를 '이모'로 오인한 발언 등으로 빈축을 산 바 있다.


그런 그들이 계속 검찰개혁 선봉에 서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오로지 이재명 홍위병으로서 방탄조끼 역할을 어떻게 할지에만 관심이 쏠린 것 같다. 그게 셀프공천 폭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대명’ 분위기가 이어지는 현재 민주당의 참담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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