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그리고 평생교육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8-04 11: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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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성 서정대학교 사회복지과 겸임교수

 


2018년 7월부터 시작한 주52시간제에 수정이 가해지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해서 수준 높은 성과와 만족할 수 있는 소득을 거두고자 하는 노동자의 근로의욕을 반영할 수 있는 탄력적인 노동시간을 확보해 준다는 의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다른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52시간제는 이해하기 쉽게 말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 노동을 기본으로 한 40시간과 한 주당 연장근로라고 하는 초과근무시간 12시간을 허용하여 산출한 노동제이다.

하루 8시간 노동제의 기원은 꽤나 오래 거슬러 올라간다. 1817년 영국의 사회주의자 로버트 오웬이 노동자의 건강을 위하여 ‘8시간 일하고 8시간 쉬고 8시간 잠을 잘 수 있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8시간 노동제를 주장하여 출발했으나, 1919년에 이르러서야 국제노동기구(ILO)를 통해 국제기준으로 인정받게 된다.
ILO보다 2년 빨리 1917년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국가 법률로서 8시간 노동제를 확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8시간 노동제는 노동자의 힘과 공산주의 국가의 세력 확장 그리고 국제적 공조를 두려워한 자본가의 타협이 얽힌 투쟁의 산물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자본주의의 핵심인 기업체 차원에서 8시간 노동제를 적극 활용한 사례가 있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93년부터 시행한 삼성그룹의 조기 출퇴근제(7.4제)가 그렇다. 아침 7시 출근하고 4시 퇴근하여 자기계발과 가정·삶의 질 향상 등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삼성의 7.4제는 질(質) 위주의 경영 변화를 위해 먼저 직원들 삶의 질이 바뀌어야 한다는 당시 (고)이건희 회장의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7.4제는 이후 여러 형태로 수정되고 있지만 그 근간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21년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주52시간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임금노동자는 77.8%가 “잘한 일”이라고 응답하였고, 초과근무수당보다는 정시퇴근해서 여가시간을 활용하겠다는 비율도 70.3%에 이르렀다. 이 외에 1994년 5월 실시한 7.4제에 대한 삼성 임직원 설문조사에서 73%가 업무효율이 향상되었다고 답변한 결과 등을 감안하면 8시간 노동제에 기반한 정책에 대해 대다수 노동자와 경영인의 공감과 지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BC카드 빅데이터센터에서 공개된 주52시간제 시행일(2018년 7월)을 기준으로 한 2018년 5~7월 그리고 2019년 5~7월간의 서울 직장인 카드내역을 살펴보면, 업종별 소비증감율에서 학원 43%, 스포츠센터 20%, 문화센터 14%가 증가한 반면에 유흥업소 –5%, 법인카드를 사용한 택시비 –15%라는 감소세를 보였다.
주52시간제로 확보된 여유 시간을 직장인들이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전을 발굴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평균 3년마다 교체하는 스마트폰의 사용시기만큼이나 노동자 역량의 활용시효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기술교육을 받은 성과를 노동 역량으로 연계하여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10년에서 7년 그리고 5년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빠른 흐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업무 역량을 강화하고 자신의 특성을 발굴하며 새로운 비전을 세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며, 그 영역이 바로 ‘평생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BC카드 빅데이터 센터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30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시간 제한에 따른 급여감소 비율을 보면 정규직 -11%인 반면에 비정규직은 -17~-19%라는 적지 않은 차별적인 소득 감소를 시현했다.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면 노동자 자신의 교육 투자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단기간의 성과를 위한 주52시간제 수정보다는 그 정착을 위해 소득 보전이나 평생교육 지원을 통해 노동자가 자신의 역량을 향상하여 효과성 있게 활용하며 ‘일과 생활’을 균형 있게 영위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정책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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