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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효력을 인정한 법원의 결정에 "엉터리"라고 반발하면서도 정작 항고는 포기했다.
항고 기한은 3~5차 가처분 신청 사건 기각 결정에 대한 결정문을 받은 날인 7일부터 일주일로 16일 오전 0시까지였으나 이날까지 항고장을 제출하지 않은 것.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나면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이준석은 왜 항고를 포기한 것일까?
그의 ‘정치 스승’인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국민의힘 당권 주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1등을 달리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마디로 법원 결정을 순순히 인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유승민이 차기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항고 포기라는 거다.
만약 ‘반윤(反윤석열)계’ 유승민이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이준석의 윤리위 징계를 무효화 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정치 복귀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는 까닭이다.
이준석이 자신의 추가 징계에 반발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어느 누구도 탈당하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 경거망동하지 않고 침착하고 태산같이 무게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라고 언급한 것은 유승민 당선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준석이 항고를 포기하면서까지 유승민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집권 여당을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한낱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유승민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 선두를 달리는 것은 맞다.
실제로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1일∼12일 전국 18세 이상 10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에 적합한 인물로 유승민 전 의원이 37.1%를 얻어 1위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지층(59.7%)에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나경원 안철수 김기현 등 유력주자들이 모두 두 자릿수의 지지를 받은 데 비해 유승민은 9.6%로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제1야당 지지층에선 10명 가운데 무려 6명 정도가 유승민을 지지했으나 집권 여당 지지층에선 10명 가운데 고작 1명 정도만 그를 지지하는 셈이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여당 지지층의 지지를 못 받고 경쟁 관계인 제1야당 지지층의 ‘역선택’ 지지를 받고 당 대표가 되겠다는 것이야말로 ‘망상’ 아니겠는가.
당내에선 역선택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김기현 의원은 "역선택 방지 조항은 당연히 해야 하고 반론의 여지가 없다"라고 했으며,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의원이 여론조사 1등으로 나오는 내용을 들어가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유승민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민의힘은 당원 70%, 일반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대표를 선출하는데, 당원 비중을 더 늘리자는 주장이 나온다. 아예 여론조사를 빼고 100% 당원투표로만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받고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되는 황당한 일은 발생할 수 없다.
특히 이준석과 유승민의 연대는 ‘윤심(尹心, 윤석열 마음)’ 후보 단일화에 힘을 실어주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단골 출마자인 나경원을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이 그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있다. 부총리급 자리를 주고 나경원을 전대 대열에서 이탈하도록 한 것은 대통령실이 ‘교통정리’를 통해 윤심 단일후보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9일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는 것이나 당 지도부가 전국 당협을 상대로 당무 감사를 진행해 지역구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오는 11월 조직 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구성해 사고 당협 67곳에 대한 당협위원장 공모에 나서는 것도 그런 차원일 것이다.
아직은 ‘윤심’ 단일후보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나 후보가 어느 한 사람으로 결정되면, ‘반윤’ 유승민, ‘중도’ 안철수, ‘윤심’ 후보의 3자 구도로 재편되면서 ‘윤심’ 단일후보 쪽으로 무게추가 급격하게 기울 것은 자명하다. 야당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여당 대표가 되겠다는 이준석과 유승민의 황당한 꿈을 ‘망상’이라고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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