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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몇 km의 속도로 살고 있나요?
"형은 몇 km의 속도로 살고 있습니까?"
프로야구 2군에서 뛰다가 1군으로 겨우 승격된 후배가 던진 질문이 생각났다.(그는 1군으로 승격된 이유를 눈뜨고 밥먹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까지 150km의 속도로 맞추었기 때문이라 했다. 1군투수는 150km의 속도로 공을 뿌린다.)
"BETTER LIFE DISIGN" 김태현대표를 처음 만났을때, 왜 하필 그 친구의 말이 생각 났을까?
세상의 속도와 그녀가 사는 속도와의 차이를 본능적으로 느꼈던 거다.
우선 그녀가 내민 명함에 "BETTER LIFE DISIGN"이라는 상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반적 속도감과 차이를 느끼게 했다.
보통 한국의 건설회사에서 하청을 받아야 하는 인테리어 회사의 디자이너는 우아하게 디자인을 논하기 보다는 일을 쳐내야하고, 야근 보다는 "날밤을 깐다!" 라는 말을 친숙하게 느끼며 살아온 게 현실이다.
그런데, "BETTER LIFE DISIGN"을 대문자로 쓴 담대한? 명함을 쓱 내미는 김태현 대표에게 물었다.
"정말 더 나은 삶을 줄 수 있을까요?"
짧게 답한다. " 훨씬요!"
느리게 눈을 치떠서 바라보고, 말도 느린데 답이 짧아서 의외로 소통이 빠르다.
그녀는 일을 쳐내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가끔은 일하며 밤을 새우지만 "날 밤을 까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많거나 깊어질 때 뿐이다.
"그리 여유 잡다가 일은 언제 따고 적군처럼 쳐들어오는 마감은 또 우째 해치우노?"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단답형으로 말한다.
"꼼뻬 붙으면 이기고, 마감 쪼으면 안해요. 그래야 better life 디자인이 나오겠지요."
"더 나은 삶을 위한 공간디자인" 을 주장하며 일하는 사람 김태현에게 경쟁입찰은 신나는 스포츠이고 그녀는 스타트라인에서 듣는 총소리에 "엑스타시"를 느끼는 육상선수처럼 튀어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스타트라인에 선 선수처럼 눈을 치뜨며 말한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거 가지고 경쟁하거든요 . 그 뿐 아니라 제일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늘 이길 수 있지요. 아주가끔은 질 때도 있지만 그건. 그 집안 사정이 복잡할 때 뿐이지요. 진짠데요 ᆢ"
진짜일 것 같다. 그녀가 최고로 잘하는 게 디자인이고, 제일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경쟁하는데 거칠 것이 무언가?
그녀의 말처럼 "클라이언트의 복잡한 사정(?)이 없는 한 승부는 자신이 정한다." 는 말이 믿어졌다.
그건 편파적인 동조가 아니라 신뢰할 만한 스토리가 빵빵했기 때문이다.
그에겐 하버드 출신의 사부님이 있었다. 그야말로 무협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용맹정진 하며 "검광으로 달빛을 베어내 강호의 빛이 되리라!" 호언 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강호제일검과 편먹고 용맹정진을 했으니 당연히 파죽지세!
그 기세로 중원의 중심을 관통하며 너무일찍 그 끝에 다달아 버렸다.
번아웃!
용맹정진의 끝에서 탈진한 그녀는 캐나다 벤쿠버에서 7개월간 무협지 전문용어로 "운기조식"을 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무림의 강호들에게 선언했다.
이제는 " 도장깨기" 를 접고 "더 나은 삶을 주는 공간 디자이너가 되겠다!" 고,
"더 나은 공간"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살며 생각하는 디자이너" 가 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그녀는 새삼 스럽게 회사를 만들었다.
인테리어공사가 아니라 공간설계 중심의 더 나은 회사 "BETTER LIFE DISIGN"을, "BETTER LIFE DISIGN" 은 더 나은 삶을 향한 그녀의 컨셒을 실행하는 회사다.
그 곳에는 간판이 없다. 간판만 없는 게 아니라 흔한 인테리어 소품이나 장치들이 없다. 그냥 문열고 들어가면 대학교 때 봤던 동아리 작업방 같은 곳에 사람들만 있다.
사무실 문앞에 전자시건장치가 되어 있어서 전화 했을때, "우리는 문 잠그지 않아요. 밀고 들어 오세요."라고 말했었다.
밀고 들어가서 첫 마디,
"인테리어 회사가 예쁘게 인테리어가 안되어 있어서 ᆢ" 했더니
말끝나기도 전에 "생각을 열어두고 싶어서, "회사간판은 왜 없냐 했더니 "다 아니까"라 답했다.
무협지에 나오는 "은자의 고수들"이 나누는 대화법을 닮았다.
"땅에다 씨 뿌리고 왜 하늘만 보나?"
"땅에 뿌리 내린다고 모두 다 꽃피고 열매 맺는건 아니니까."
"허긴, 비 뿌리고, 한 낮의 박살나는 햇빛과 날 잡아서 서늘한 바람을 푸는건 그 쪽 일이지.."
이런 식이다.
어릴 적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녀가 그린 집들은 예쁜집이 아니었다. 종단면으로 잘려져 해부학 사진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집이었다.
디자인을 하겠다는 그녀를 말리던 부모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지금도 그녀는 부모들이 비용이 많이 들까봐 미대입학을 말렸을 것 이라고 믿지만 그건 사실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런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미대를 정상적으로 다니고 졸업했다는 걸로 부모님들은 큰 안도감을 얻었을거다.
"내가 그렇게 이상한 아이는 아니었다."고 우기는 김태현 대표가 다른 아이들이 정원이 있고 그네가 있는 예쁜 이층집을 그릴 때 집 한가운데가 뚝 잘려나간 그림을 그렸다는 건데 확실히 심각하다고 느낀 건 부모님들 뿐만이 아니었을거다.
그래도 큰 사고 없이 미대를 졸업하고 취직까지 해서 남들보다 두배의 연봉을 받기도하고 초특급 승진할 때까지 부모들은 얼마나 맘 졸였을까^^
Better '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낫다"이다.
그녀의 부모들은 이제야 저 아이가 예쁜집 그리던 애들보다 "낫다" 아주 많이 낫다."고 생각하실 거다.
그러나 그녀가 진정 어떤 디자이너인지를 알게되면 참으로 행복해질 거다.
"그동안 전투하듯이 일도 해봤고 , 좀더 나은 사람들의 공간을 생각하기 위해 영어, 일어, 중국어도 익혔어요."
해외프로젝트를 위해서 언어가 중요하니 집중했고 특히, 와인을 알게 되면서 그 스토리를 통해서 그들의 삶을 깊숙이 이해하게 됐어요. 그리고 일단 맛있구요.^^"
집안에 와인셀러를 세개 들이고도 모자라 신발장까지 개조해서 와인을 그득히 채워놓은 공간디자이너 김태현은 와인처럼 잘 익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긴다.
"군인처럼 앞만보고 달리는것도 해봤고, 진짜로 모든것이 꺼져버리는 "번아웃"도 겪었어요. 이젠 걸으면서 주변도 보고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어느쪽으로 흔들리는지 바라봐요. 와인 한 모금에 담긴 맛으로 포도가 익어갈때, 그 햇살의 따가움과 서늘한 새벽바람의 온도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그야말로 드라마틱 이지요."
그녀는 군인처럼 일하며 상업은행 (우리은행), 담배인삼공사 (kt&g)등을 쳐냈었고
생각의 농도를 높이며 용산파크타워, 한남동 하이페리온,포스코 스타시티 등 고급주상복합들을 더 낫게 만들어 왔다.
"이제는 조금씩 계획적으로 게을러지며 더나은 공간을 생각하는데 시간을 쓰려고 합니다."
라고 말하는 그녀 삶의 속도는 점점 더 느려질 전망이다.
더 나은 공간 뿐 아니라 이제, "당신의 '더 나은 라이프'는 누가 디자인을 하나?" 물었는데 2분간격으로 시선을 끄는 짓을 반복하는 럭비공 만한 고양이를 쓱 가리키고 만다.
세개의 와인셀러가 있는 집에서 럭비공처럼 생긴 고양이 한 마리의 싱글맘으로 살고있는 김태현은 확실히 게을러지기위해 연습 중이다.
순전히 "BETTER LIFE DISIGN"을 위해서이다!
그래서 그녀는 늘 묻는다!
"당신은 지금 몇 km 속도로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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