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안철수의 ‘갈등’ 우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1-16 1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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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간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는 양상이다. 한때 바른미래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람들이 맞나 실을 정도다.


그런데 사실 이런 갈등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은 이준석 대표다.


이 대표가 매번 일방적으로 안철수 후보를 향해 발길질을 해대는 모양새다. 바른미래당에 있을 때부터 그랬다.


당시 이 대표는 안철수를 지목하며 “X신”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나 윤리위에 회부 해 달라는 당원들의 요구가 빗발친 바 있다. 그런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국민의당은 최근 한 종편방송에서 익명 패널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준석 대표를 향해 "가면 뒤에 숨지 말고 당당히 나오라"고 비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대표는 지난 5일부터 JTBC 신규 파일럿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가면토론회에 ‘마라탕’이라는 이름의 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마라탕은 당시 방송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 “안철수 후보는 선거 때마다 잠깐 지지율이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어부지리로 올라간 국민의당 안 후보의 지지율은 내려갈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경희 중앙선대위 대변인이 "제 아무리 마스크를 뒤집어써도 악취가 진동한다"며 "이준석 대표가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마스크를 쓴 채 안철수 후보를 비난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방송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선거 승리가 급해도 제1야당의 대표가 익명성 뒤에 숨어 타당 대선후보를 비난하는 장면은 세계 정치사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대형 추태"라며 "도대체 뭐가 두렵고 초조해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특히 홍 대변인은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지 않다면 이런 구역질 나는 망동을 벌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 정치는 또다시 희화화됐고 국민 불신을 가중시키게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는 즉각 공개사과하고 정신감정을 받아보기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갈등은 전날에도 있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4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안 후보의 지지율은 일시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윤 후보가 상당 부분 안 후보의 지지율을 다시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가 각각 본인 공약을 대중에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지만, 안 대표는 실패했다. 오히려 정치 공학이나 단일화, 양비론 정도만 언급되고 있다”고 깎아내리는가 하면, 지난 11일에는 안 후보를 겨냥해 “양보해야 할 때 안 하고 양보 안 해야 할 때 양보한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자 윤영희 국민의당 선대위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준석 대표가 본인의 지상과제인 ‘대표직 수호’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초조한 모양”이라며 “본인이 나서면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오히려 올라가는 상황이니, ‘대표직 사망선고’ 반응의 제1단계인 ‘현실부정’이 시작된 듯하다. 다음으로 제2단계 ‘분노’로 이어질 거라는 점이 관전 포인트”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야권후보 단일화에 이준석 대표가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후보 역시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제3의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될 확률이 높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안 후보는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 '두 후보 모두 단일화가 필요해서 단일화라는 말을 안 한다는 해석이 있다'라는 질문에 "혹시 '안일화'라고 못 들어봤나. '안철수로 단일화'다. 그게 시중에 떠도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일화 발언은 단일화 없이 안 후보가 1등 한다는 말인가, 단일화를 통해 그렇다는 말인가'라는 추가 질문에 "둘 다의 경우에 해당되니까 그런 말들이 도는 거겠죠"라고 답변했다.


다만 진행자가 '그동안 안 후보가 언급해 온 단일화 관련 발언들보다 진일보한 이야기'라는 거듭된 질문에는 "그런 이야기가 시중에 떠돈다는 말을 전해드린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톡톡 튀는 용어를 많이 만들지 않나"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으로의 후보 단일화가 아니면 단일화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해 안철수 후보가 ‘3등 완주’를 고집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게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는 길인지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후보는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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