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업, ‘법제화’ 골백번해도 ‘전문화’되지 못한 탐정은 빛보기 어려워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8-13 11: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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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 건 수임해도 어떻게 해야 성과를 거둘지 막막해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신참 탐정들의 신선한 고민 경청해야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



‘탐정(探偵)’이란 일반적으로 ‘문제의 해결이나 조사의 바탕이 되는 유의미한 정보나 단서·증거 등 자료를 합당하게 획득·제공하는 사람(일)’을 말한다. 즉 ‘의뢰인 또는 형사사법기관이나 기타 공적기관 등이 정보의 오류와 함정을 극복할 수 있도록(올바른 판단과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발견·수집·제공하는 영역의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또는 그런 일)’을 ‘탐정’이라 한다.

한국형 탐정업은 ‘개별법과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무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시(2018.6.28)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동법 제15조에서 정한 ‘신용정보회사 등’이 아닌 일반인은 누구나 ‘탐정호칭사용’이 가능해짐으로써(2020.8.5.) ‘비범죄화(합법화)’되었다. 이는 개별법에 저촉되지 않는 ‘탐정활동(탐정업)’이나 ‘시민들의 탐정업 이용’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음을 의미한다.

법제 환경이 이러함에도 ‘탐정(업)이 의외(意外)로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배적 시각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일부의 사람들은 탐정업(속칭 민간조사업)이 법률로 면허제(협의의 공인탐정) 또는 등록제·신고제 등으로 정하는 ‘법제화(法制化)’에 이르지 못한 채 ‘자유업’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탐정업이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법률로 정한 직업이 아니라서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물론 ‘(가칭)탐정법’ 제정 등 ‘법제화’로 부적격자 진입 차단이나 서비스품질 향상을 추동한다면 탐정업의 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직업의 존립과 성패는 종사자의 역할과 역량에 비례한다 따라서 모든 직업을 법제화할 필요도 없고 모든 직업이 법제화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직업 종사의 자율론’ 측면에서 볼 때 탐정업 부진의 원인을 외부 요인 즉, ‘법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은 나약한 사람들의 과도한 ‘법제 의존주의(法制 依存主義)’ 발상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한국형 탐정업이 예상 밖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법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탐정의 이론적·기술적 전문성이 시민을 감동시킬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라 본다. 즉, 오늘날의 시민들은 모두가 탐정이라 할 만큼 상당한 수준의 문제의식(의협심)과 정보감각(자료수집 능력 등)을 지니고 있어 ‘전업 탐정’이라 할지라도 논리와 문제 해결 방책이 뛰어나지 않고서는 시민 누구로부터도 대접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탐정(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애정은 언제나 ‘탐정 개개인의 실력 그 자체’가 기준이 되어 왔으며, ‘법제화’로 시민들이 탐정에 열광했다거나 법제화로 명탐정이 탄생했다는 그런 역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지금의 한국형 탐정업에 ‘법제화보다 전문화가 몇 곱절 더 절실하다’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어쩌다 한 건(件) 의뢰를 받아도 어떻게 해야 성과를 거둘지 막막해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새내기 탐정들의 신선한 고민과 ‘법제화는 사치(奢侈)이고 전문화는 생존(生存)의 문제’라는 실력파 탐정들의 법제화 무용론(法制化 無用論)은 탐정업계는 물론 정·관·학계에 시사하는 바 크다 하겠다.

이렇듯 ‘탐정의 역할과 역량 전문화’야 말로 탐정업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라 할진대, 작금 국내 몇몇 탐정(업)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 제대로 된 커리큘럼도 없이 이리저리 짜깁기한 시간표나 일정표를 ‘교육의 실질과 능률을 극대화한 과학적인 커리큘럼’인 양 삼고 있는 한편, 탐정(업)과 거리가 먼 명망가를 간판인물로 초빙하는 ‘보여주기식’ 강의나, 불요불급한 과목을 교과목으로 편성해 여럿 강사에게 인심 쓰듯 강의시간을 쪼개주는(뿌리없는) ‘모자이크식’ 강의가 횡행하고 있는 등 교육프로그램의 저질화 경향에 우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탐정업 부실(不實)과 부진(不振)’의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는지 우리 모두의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측면에서 교육 사업자들의 더 깊은 고민을 촉구한다.

*김종식 프로필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한국범죄정보학회민간조사학술위원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前국가기록원민간기록조사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행정사·공인중개사자격취득,치안정보업무20년(1999’경감),경찰학개론강의10년/저서:탐정실무총람,탐정학술요론,탐정학술편람,민간조사학(탐정학),정보론,경찰학개론外/사회분야(탐정제도·치안·국민안전) 600여편의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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