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감사원 조사에 응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0-03 11: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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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2020년 서해 공무원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면 조사를 통보했는데, 문 전 대통령 측은 즉각 질의서 수령을 거부했다고 한다.


아무리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도 국민을 사실상 방기(放棄)해 죽음으로 내몰았다면 응당 그 책임을 져야 한다. 현직 대통령도 탄핵하는 대한민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해 공무원피살 사건에 대해 국민은 대북 저자세로 일관해온 문재인 정권이 북한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릴까 노심초사하다 국민 보호라는 헌법상 기본책무를 저버린 사건으로 보고 있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월북자로 낙인찍어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살인할 때까지 6시간이나 방조했다는 것이다. 이런 국민적 의구심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연히 진실을 규명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감사원의 서면질의에 불쾌감을 토로하며 질의서 수령조차 거부했다니 의구심만 더욱 커질 뿐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반응은 어처구니가 없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 조사를 통보했다는 믿기 힘든 보도를 접했다"라며 "유신 공포정치가 연상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정치보복에 쏟아붓는 사이 민생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권력 남용 끝에는 언제나 냉혹한 국민의 심판이 기다렸던 역사를 기억하기 바란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실 이 시점에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은 정무적으로 대단히 미숙한 판단이다.


지금 이재명 대표는 ‘사법리스크’로 인해 당 장악력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은수미, 이화영 등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에서 언제 검경의 칼날이 자신을 향할지 알 수 없어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다. 친문 세력들은 그런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강 건너 불구경하듯 외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뿐이다. 이재명 대표가 “유신 공포정치”를 언급한 것은 그런 연유다. 그런 차원에서 감사원의 서면 조사 요구는 정무적으로 미숙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에 정무적 판단을 요구할 수는 없다.


감사원이 서면 조사를 하기 전에 대통령실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은 감사원이 대통령실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헌법기관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정무적인 판단을 하는 기관이 아니라 단지 감사의 필요성에 의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일 뿐이라는 말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7월부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 국방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 9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왔다. 그리고 이번에 그 정점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을 것으로 보고,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문 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해선 안 된다.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 군인들에게 붙잡혀 있었던 6시간 동안의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적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보고를 받았는지, 받았다면 어떤 지시를 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해 당시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조사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두고 ‘권력 남용’이라거나 ‘정치보복’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이 진정 촛불을 들길 원하는 것이냐"라며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윤석열 정권의 정치보복에 대해 강력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국민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촛불을 들어줄 것으로 보는 민주당의 사고가 황당하기 그지없다. 6공화국 출범 이후 단 5년 만에 정권을 내어준 유일한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대통령이었다는 의미다. 서해 공무원피살 사건도 국민이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이 사건에 대해서 진실이 무엇인지 문 전 대통령은 거대 야당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서 명명백백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잘못이 있다면 응당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게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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