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의 부질없는 'go'? 'stop'?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1-08 11: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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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당심에서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나경원 전 의원의 당권 욕심이 꿈틀거리는 모양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그가 당권에 도전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미 그의 당권 가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친윤계에선 노골적으로 그의 출마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재오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상임고문들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다가는 ‘제2의 유승민’으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선두를 달리던 그가 4~5위권 밖으로 밀려났듯, 나경원 전 의원도 출사표를 던지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선 친윤계 의원들의 공부 모임인 ‘국민공감’ 간사를 맡은 김정재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서 "대통령이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 두 개를 한꺼번에 줬다"라며 "3개월이 안 됐는데 그냥 접고 나온다면 굉장히 부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진중하고 길게 보는 게 맞다"라고 조언했다. 한마디로 당권 경쟁에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이재오 전 의원의 비판은 더욱 노골적이다.


그는 "부위원장은 장관급으로 공직에 충실해야지 다리는 공직에 걸쳐놓고 맨날 당 행사에 가서 마이크나 잡고 그러면 임명권자(대통령)를 욕보이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홍준표 시장도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두 자리를 놓고 또 과거처럼 기회를 엿보면서 설치면 대통령실도 손절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어느 자리든 한자리에만 충실할 것을 권한다"라고 했다.


‘대통령실 경고’란 나 전 의원이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뜬금없이 출산 시 대출 이자와 원금을 탕감해주는 정책을 연구 중이라고 밝히자 대통령실이 하루 만에 "나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면제하는 방향은 개인 의견일 뿐이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라고 일축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 전 의원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라고 맡겼는데 나 전 의원이 오히려 당권 도전을 어필하면서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오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이는 대통령실이 일거에 '당신은 안된다'고 잘라버린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시장도 "대통령실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는 나 전 의원을 향해 “고위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조속한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사면초가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가는 ‘제2의 유승민’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정치권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는 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일종의 협박으로 보기도 한다.


비상근직인 장관급 부위원장이 아니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같은 ‘장관’ 자리를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는 것.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이 'go'냐 'stop'이냐, 하고 패를 만지작거리는 건 정말 출마를 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그걸 놓고 대통령과 직을 놓고 거래를 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그런 거래에 응할 리 만무하다.


신평 변호사는 "그(나경원)는 지난 10월에 그 직책에 임명됐다. 그런데 근 3개월 만에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 골자는 '출산시 대출 원금 일부 탕감' 구상이다. 완전히 뜬금없는 말"이라며 "어떤 면으로는 지금 한국 사회 일부 얼빠진 고위공직자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절망적인 느낌조차 들 정도"라고 힐난했다.


이어 "야박한 말이지만, 그는 지난 3개월 정도 그 직책에 있으며 전혀 한 일이 없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국고에서 받은 고액의 금전은 반환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며 "그리고 정부 전체 차원에서도 그를 전혀 맞지 않는 그 자리에 천거한 사람에게까지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했다.


이처럼 ‘장관급’ 부위원장 자격조차 안 되는 사람에게 장관을 맡긴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러니 이제 부질없는 'go-stop' 패를 내려놓고 차라리 광(光)이나 팔 생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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