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에 ‘死票’란 없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2-05 11: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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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표가 사표(死票)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일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그럴 필요 없다.


마음이 가는 대로 투표하면 된다.


투표에 ‘사표’라는 건 없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표는 모두가 귀중한 한 표로 누구를 선택하든 나름대로 그 의미가 있다.


사실 ‘사표’ 논리는 집권당과 제1야당이 만든 논리로 굳이 유권자들이 그 논리를 따를 이유가 없다.


현재 정권 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상당수의 유권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최악(最惡)’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윤석열 후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인사들을 보면 ‘제2의 MB’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기로 하면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예고되는 가운데 친이계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권성동 사무총장 등 윤석열 후보는 MB계의 병풍에 둘러싸여 있다.


윤석열 후보 비서실장으로 있다가 국민의힘 사무총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권성동 의원은 2007년까지 변호사로 일하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임명되며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MB 최측근 인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인물로 박근혜 지지자들은 그를 김무성 유승민 홍준표 김성태 등과 함께 ‘탄핵 5적’으로 꼽고 있다.


그런데 김종인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임태희 전 의원이 윤석열 선대위에 총괄상황본부장을 맡는다고 한다.


임 전 의원은 MB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다. 그들 외에도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맡았던 정진석 의원 등 윤 후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MB계 인사는 무수히 많다. 이러다 보니 윤석열 전 총장이 친이계에 둘러싸여 ‘제2의 MB’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비록 계파색이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긴 하지만 윤 후보를 병풍처럼 둘러싼 인사 중 상당수는 친이계 인사들로 비주류로 전락했던 이들이 윤 후보를 구심점으로 다시 세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보수 유권자들에겐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을 찍으면 ‘사표가 된다’는 소리에 그를 ‘차악’으로 선택하려는 유권자들이 있다.


민주당에서도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찍으면 사표가 된다는 논리로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왜 유권자들이 굳이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심상정 후보를 향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는 ‘내로남불’ 민주당에 회초리를 드는 동시에 진보 촛대를 정의당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경고가 될 수도 있다. 안철수 후보를 향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는 특정 계파에 둘러싸인 국민의힘을 향한 경고가 될 것이다.


특히 승자독식 제왕적 대통령제 철폐를 주장하는 무소속 손학규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패권 양당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인 동시에 87년 낡은 체제를 종식하자는 목소리에 힘을 실으면서 정치 개혁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누구에게 투표하든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손학규 후보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나라를 이끌 비전은 보여주지 못한 채 상대를 헐뜯고 조롱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몰두하고 있다”라며 “누구 한 명이 대통령이 되면 나머지 한 명은 감옥에 갈 것이라는 말이 나도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습관적으로 패권 양당 후보에게 투표해오던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각성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소신투표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사표’에 대한 걱정을 접고 ‘차악’이 아닌 ‘최선’ 혹은 ‘차선’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으로 패권 양당에 경종을 울리는 선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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