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안철수, ‘제2 분당 대첩’ 가능성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5-05 11: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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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등판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6·1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안 위원장은 빠르면 인수위 활동이 종료되는 6일경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전날 국회의원 재·보선 후보자 공모를 마쳤지만 안 위원장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분당갑 지역에 후보자를 추가 공모하기로 했다.


안철수 위원장의 출마 선언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당은 안 위원장이 분당갑에 출마할 경우 단수 공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당내 유승민 계는 안 위원장의 출마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이준석 대표는 노골적으로 “꽃가마를 태우지 않겠다”라며 경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하태경 의원은 “안 후보가 경기도에 나오면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보다 더 부각하는 상황일 것”이라면서 “경기도 선거에 큰 도움이 될지 솔직히 고민”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안철수 위원장에게 기울었다.


특히 '안철수 차출론'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많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지난 1일 안 위원장을 만나 분당갑 출마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지면서 '윤심'(尹心)이 작동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변이 없는 한 안철수 위원장의 분당갑 출마는 사실상 굳혀진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만일 이 지역에 이재명 고문이 출마한다면, ‘제2의 분당 대첩’이 성사되는 셈이다.


애초 분당(盆唐)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천당이었다. 1996년 제15대 총선 때 선거구로 신설된 이래 2008년 제18대 총선까지 보수당 후보가 이곳에서 내리 승전고를 울렸다.


그랬던 분당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2011년 4·27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손학규는 한나라당 대표 출신인 강재섭과 맞붙어 51% 득표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민주당은 이날 승리를 ‘분당 대첩’으로 명명하며 축배를 들었었다. 이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재선 고지에 올랐다.


그런데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분당갑에서 2011년 손학규·강재섭의 ‘분당 혈투’ 재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안철수 위원장이 출마 결심을 굳힌 가운데 이재명 고문이 이 지역에서 출마할 경우 안철수-이재명 ‘분당 대첩’이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론은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 정도로만 거론돼왔지만 지난 4일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이 경기도청을 압수 수색하자 이 고문이 여의도에 입성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물론 이 고문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경기 분당갑’이 아니라 '인천 계양을'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천 계양을은 지역구 의원이었던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만큼 민주당에는 유리한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당원과 지지층 사이에서도 "이재명을 계양하라"는 출마 촉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험지’인 분당갑을 피하고 수월한 ‘계양을’을 선택할 명분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인천 지역구 의원들도 지난 4일 모여 의논을 했으나 이 고문이 인천에 연고가 없는 점 등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전날 7곳의 재보선 지역구 가운데 이 고문 등판설이 제기되는 인천 계양을과 성남 분당갑 등 3곳에 대한 공천 결정을 미룬 것은 이런 연유다. 계양을과 분당갑 두 곳 모두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의미다.


6·1 재보궐 선거에서 분당갑 출마가 전망되는 김병관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5일 "이재명 상임고문의 분당갑 출마가 대의에 맞고, 당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자리를 비우겠다"라며 양보 의사까지 밝힌 마당이다.


이제는 오롯이 이 고문의 결단에 달렸다. 만일 그가 분당갑에서 출마한다면 안철수와 맞붙는 ‘제2의 분당 대첩’이 성사되는 셈이다.


다만 패자는 그것으로 자신의 정치생명의 마지막을 고하게 될 것이다.


2011년 분당 대첩 당시에도 48%의 득표율로 낙선의 고배를 마신 강재섭 전 대표는 얼마 뒤 정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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