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지 못한 이재명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1-10 11: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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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조사차 검찰에 출석하는 10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환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는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동행하겠다고 나섰다. 참으로 가관이다.


민주당은 애써 ‘자발적 동행’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이건 누가 봐도 조직의 보스가 수하들을 거느리고 가는 모양새 아닌가.


이날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이 이재명 대표가 출석하는 경기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느 누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 같은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자들을 호위무사로 대동하느냐”고 쏘아붙인 건 이런 연유다.


윤 의원은 “어느 역사를 통틀어봐도, 세상 어디를 살펴봐도, 이런 어마어마한 줄줄이 비리 세트가 어디 있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특히 이 대표의 출석에 민주당 지도부와 지지자가 함께하는 데 대해 “과거 그 어떤 권력자도 그런 적이 없다”라며 “정말 괴이하고도 어이없는 풍경”이라고 일갈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당 대표의 검찰 출석 길에 지도부가 동행하는 것에 대해 "이 행위는 방탄 프레임을 더 공고히 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혼자 검찰에 출석해야 한다'는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에 "원론적으로 동의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이라는 게 무엇인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4~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농협, 현대백화점, 알파돔시티 등 6개 관내 기업들로부터 부지 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 등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성남시와는 별개인 영리법인 성남FC에 총 182억원의 불법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작년 9월 이모 전 두산건설 대표와 김모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을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하며 공소장에 ‘김 전 팀장이 이재명, 정진상(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 등과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성남시가 2015년 두산그룹의 정자동 병원 부지를 업무 시설로 변경해 주면서 용적률을 250%에서 670%로 높여주고 두산건설은 성남FC에 50억원을 내게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네이버가 제2사옥 신축 인허가와 용적률 상향, 주차장 출입구 방향 변경 등을 위해 이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제윤경 전 의원이 운영하는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통해 39억원을 성남FC에 낸 의혹, 차병원이 성남FC에 33억원을 내고 야탑동 차병원이 들어선 옛 분당경찰서 부지 용적률을 변경을 받은 의혹에 대해서 ‘제3자 뇌물’ 혐의로 수사 중이다.


검찰은 기업 관계자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의 후원금 요구가 있었다'라는 취지의 진술과 시에 제시할 민원 내용을 정리한 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기간에 저지른 개인적인 문제로 지금의 민주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왜 이처럼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해서 위세를 부리며 검찰을 압박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이 대표가 죄를 지었으면, 그가 아무리 제1야당 대표라고 해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게 정의구현이고 법치다.


금배지들이 우르르 떼로 몰려다닌다고 해서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이건 좌우 진영의 문제도 아니다. 팩트에 입각한 죄의 유무만 따지면 되는 사법적 영역으로 정치 영역도 아니다. 제1야당 대표에게 이처럼 많은 의혹이 제기된 적이 과거에 있었던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게 몇 건이고 공범으로 적시된 사건이 또 몇 건인가. 그렇다면 부끄러움을 알고 반성하는 차원에서 조용히 조사를 받는 게 합당한 일이지 이처럼 동네방네 시끄럽게 떠들고 난리를 피울 일인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조사받으러 가는 주제에 지지자를 대거 대동하고 개선장군처럼 출석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입법부를 제1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물들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검찰을 겁박하는 것으로 사법부마저 우롱하겠다는 처사가 아닌가.


이런 행태를 묵과해선 안 된다.


집권 여당이 의석수가 모자라 민주당의 이런 행태를 저지할 수 없다면 국민이 나서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들러리로 전락한 민주당에 뜨끔하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말로는 “당당하게 검찰 소환 조사에 임하겠다”라면서도 두려움에 사로잡혀 들러리들을 잔뜩 거느리고 출두하는 당당하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겁먹은 그 표정이 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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