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판세 뒤집기’ 어렵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2-20 11: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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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제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6일째를 맞은 20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며 기선제압에 성공한 윤석열 후보 측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굳히기'에 들어간 반면에 이재명 후보 측은 이 같은 판세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판세를 뒤집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첫째로 그동안 여당 후보에게 ‘묻지 마’ 식으로 표를 몰아주던 더불어민주당의 전통 텃밭인 호남 분위기 예전 같지 않은 탓이다.


실제 이 후보의 지지율이 비상인데도 정작 민주당의 선거운동 분위기는 냉랭하다.


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 15일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전남 선대위 공동 출정식까지 열고 선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으나 출정식에는 예상보다 저조한 규모인 300명 안팎의 민주당 관계자와 지지자만 참여했다.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광주에서 유세할 때도 그보다는 많은 인파가 모였다.


그러다 보니 20일 현재 민주당은 국회의원, 광역·기초의원, 당원까지 지역의 탄탄한 지지 기반을 동원해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유세전을 펼치고 있지만,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 아니다.


이에 대해 광주시당 관계자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대면 선거운동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온라인 유세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온라인 선거운동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지역에선 민주당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대선은 뒷전이고 지방선거에 몰입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게 현실이다. 대선전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와중에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잇따라 열리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온갖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이재명 후보와 엮이는 것이 나중에 자신의 지방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후보는 '대장동 게이트'뿐만 아니라 아내 김혜경씨의 '불법 의전 논란'에 최근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옆집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옆집 논란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GH가 이 후보 자택 옆집에 직원 숙소를 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국민의힘은 해당 숙소가 이 후보의 대선 준비를 위한 '그림자 조직용 숙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이재명 후보를 옹호하고 감쌌다가 나중에 자신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때에 족쇄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선거운동에 나서길 꺼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둘째로 청년층에게 강세를 보이던 민주당이 되레 청년층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2030 세대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횡령 문제와 젊은 7급 공무원을 공노비처럼 부렸다는 사실에 청년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2030 청년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청년들로 구성한 청년선대위원장단은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다. 유명무실한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셋째로 돌이킬 수 없는 패배 분위기다.


대선이 치열한 와중에 민주당의 이광재, 박재호 의원이 최근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당내에선 이미 선거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후보의 ‘적폐청산’을 생뚱맞게 ‘정치 보복’으로 단정하고 분노를 표출한 것 역시 선거 패배를 절감하고 그 격차나마 줄여보기 위해 지지층 결집을 호소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이른바 '어퍼컷 세리머니'로 대표되는 유세 현장의 흥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15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처음 선보인 윤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는 이젠 유세 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윤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와 진솔한 화법이 어우러지면서 유세 현장이 마치 축제의 장처럼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런 양측의 분위기가 결국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냉랭한 이재명 진영과 흥을 이어가는 윤석열 진영의 선거전 결과는 불 보듯 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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