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나 홀로’ 북 치고 장구 치고…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1-13 11: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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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핼러윈 참사' 희생자 명단공개를 공식 추진하고 있다.


더 정확한 표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나 홀로’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양새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당이 처음부터 희생자 명단공개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일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사진·프로필을 확보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부 메시지가 공개되며 논란이 되자 당시 메시지를 받은 문진석 전략기획위원장은 "저는 개인의 인격이 존중되는 이 시대에는 (명단 등 공개가) 불가능하고, 도의적으로도 불가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라고 해명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누군가 제안했다 하더라도 부적절한 의견이어서 당내에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인격이 존중되는 시대 상황과 맞지 않는다’라거나 ‘도의적으로 부적절한 의견’, ‘논의 자체가 부적절한 의견’이라는 이들의 판단은 옳다.


그러나 그로부터 고작 이틀 후인 지난 9일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 회의에서 "진실 규명에 정부·여당이 협조 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다시 촛불을 들고 해야 하나"라고 핼러윈 참사 희생자 이름과 얼굴 공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침몰'과 '촛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하며 대국민 호소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한 다른 야당의 생각은 어떤가.


당연히 반대다.


핼러윈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에 함께 이름을 올린 정의당마저도 명단공개에는 부정적이다. 이정미 대표는 “그분들의 명단을 다 공개하자는 얘기를 외부인이 먼저 한다? 이거는 정말 적절하지 않은 생각”이라며 “이 사건의 피해 당사자들과 유족들의 의지와 의견으로 일들이 시작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위성정당에 함께 했던 시대전환 대표 조정훈 의원도 "대장동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니까 (민주당이)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는 차원에서 계속 이태원 참사 이슈를 끌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자기 자녀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라는 정치권의 압박, 무서울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질책했다. 심지어 그는 “미친 생각”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2차 피해 우려와 유가족들의 트라우마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명단공개 요구를 비판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도의적으로 부적절하다’라는 의견이 나오고 다른 야당들도 모두 반대하는 데 왜 이재명 대표는 이를 쟁점화하고 나선 것일까?


이재명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자신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를 강제수사하기 위해 국회 본청 안에서 대기 중인 그날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쏠린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소장과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압수수색 영장에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무려 159회나 언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검찰 수사가 사실상 이 대표를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뒤따른다.


정 실장 영장에 ‘이재명’이라는 이름은 총 102회 나오고, 김 부원장의 공소장에도 이 대표가 모두 57회나 등장한다. 영장과 공소장의 주인공인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은 각각 109회, 47회 거론된 것에 비하면, 사실상의 이재명 공소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검찰은 정 실장을 ‘20년 이상 이재명을 보좌하면서 각종 정책개발, 이행 및 추진 등의 업무를 총괄하던 사람’으로 규정했다. 이 대표가 직접 범행에 가담했다는 내용은 없지만 정 실장이 이른바 ‘대장동팀’과 이 대표 사이에 가교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뿐 아니라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도 이 대표의 관여를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와 정 실장이 사업자 모집공고 전인 2013년 10월 29일 유동규로부터 보고를 받고 남욱 변호사 등을 사업자로 선정하기로 했단 의혹을 적시했다.


이 대표가 재선한 직후인 2014년 6월 김 부원장, 정 실장, 유 전 본부장이 의형제를 맺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화천대유가 민간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김 씨의 청탁을 승낙했다 내용도 김 부원장의 공소장에 담겼다.


이처럼 검찰 수사의 칼끝이 자신의 턱밑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는 돌파구로서 ‘핼러윈 참사’를 이용하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초조함이 결국 ‘악수(惡手)’를 두었고, 그로 인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고스란히 민주당에 전가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민주당은 이재명과 동반침몰하더라도 자신들의 선택이니 누구를 탓할 게 못 된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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