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파의 ‘유승민 띄우기’ 우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3-28 11: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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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 당권파들의 유승민 전 의원 ‘경기도지사 차출설’ 띄우기가 너무나도 노골적이다.


실제로 이준석 대표는 최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유 전 의원 차출설’과 관련 "주변에서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인구 1400만의 경기도지사는 출신지와 관계없이 정치인의 능력을 입증할 기회"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이 경기도와의 유대감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능력 중심론’을 앞세워 이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립을 지켜야 할 당 대표가 노골적으로 유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나선 셈이다.


김현욱 국민의힘 도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종합상황실장도 27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유승민 차출론 속 함진규, 심재철, 김영환 예비후보가 도전하고 있다"며 "1390만 경기도민과 80만 국민의힘 도 당원의 선택과 경선으로 국민의힘 도지사 후보가 정해지는 것이 시너지 효과와 명분이 있는 결정이라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유승민 전 의원의 차출설을 기정사실로 못 박고 나선 것이다.


마치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출마 의지를 밝힌 데 반해 유승민 전 의원은 타의에 의해 차출되는 것처럼 하는 말장난으로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국민의힘 당권파들은 경기도가 국민의힘 후보에게는 어려운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경기도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5%p 차로 패한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민은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가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보다 비록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앞선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공개된 바 있다.


시사뉴스 의뢰로 디오피니언이 지난 3월 20일~22일 3일간 진행한 조사에서 “경기도지사 선거시 어느 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라는 질문에 '국민의힘 후보' 지지가 46.1%로 '더불어민주당 후보'(41.4%) 지지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높았다.

 

이어 '정의당 후보' 3.6%, '기타 후보' 1.7%, '잘 모름' 7.3%가 뒤를 이었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3.5%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경기도가 국민의힘 후보에게 그리 어려운 지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당권파들은 의도적으로 유승민 전 의원을 띄우기 위해 ‘경기도는 어렵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비록 경기도와는 아무 연고가 없지만,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유승민 전 의원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5% 내외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경기도에서 ‘무연고’라는 취약점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도지사 후보인 안민석 의원이 28일 한 방송에서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설이 나오는 것과 관련 “오죽 후보가 없었으면 경기도와 연고가 하나도 없는 대구 출신 유승민이 소환되겠나”라며 “경기도민 우습게 아는 오만의 정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죽어도 유승민은 안 된다’라며 반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승민은 ‘필패 후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SNS에서의 반응은 더 격하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설에 대해 “절대 반대”, “정계 은퇴가 답”. “승리에 취했나? 다시 국짐으로 변해가는 듯”, “승민은 이미 종친 사람”, “유승민 나오면 차라리 다른 당 후보 찍는다”, “경기도에 유승민은 얼굴도 내밀지 마라”, “폭망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 “낙선운동 하고 싶다. 염치도 없다“. “차라리 투표 안 한다”, “무소속으로 나오라”는 등 반대 댓글이 압도적이었다.


이게 유승민 전 의원을 대하는 경기도민의 민심이다.


물론 이준석 대표 등 당을 장악한 새로운보수당계가 유승민 띄우기에 나선만큼 그는 형식적으로 경선하거나 전략공천을 하든 상관없이 공천장을 거머쥘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제는 그를 후보로 내세워서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마도 ‘무연고’라는 약점에 ‘박근혜 지지자 반대’라는 장벽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야 도지사 선거에서 패하면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 그만이지만, 최대 인구를 지닌 경기도지사직에 민주당 후보가 앉게 되면 윤석열 정부가 받을 타격은 심대할 것이다. 이준석 대표 등 당권파는 계파의 이익보다 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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