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의도적 도발…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6-12 11: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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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의도적으로 정진석 의원과의 갈등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한 뒤 기자회견에서 정 의원을 겨냥해 “여당 소속 국회부의장이 해서는 안 될 추태”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었다.


그는 또 “분란을 일으키자는 목적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를 저격해가면서 자기 입지 세우려는 사람이 당을 대표하는 어른일 수 있겠나”라는 등의 비판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건 누가 봐도 지나친 공세다. 당내에서 자신을 향해 누가 쓴소리를 한마디 했다고 해서 이처럼 발끈하는 것은 민주 정당의 대표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정 의원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10일 자신의 SNS에 '소이부답(笑而不答'(웃을 뿐 대답하지 않는다)이라는 글귀가 적힌 액자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지역구 현안에 대한 글만 게시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마저도 못마땅하다는 듯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이부답은 행동으로 하는 것이지, 소이부답을 소이부답 하겠다고 올리는 게 소이부답이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정 의원과의 갈등을 확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오는 24일 당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든 나를 건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는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다.


<연합뉴스>는 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 오찬 전날인 지난 9일 이 대표 측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과 통화를 하며 '당내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하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통화를 마친 박 비서실장이 이 대표에게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정 의원과의 확전을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하자, 이 대표는 "나는 안 때리면 반격을 안 하는 사람이다. 가만히 있으면 된다(끝난다)"고 반응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정진석 의원처럼 자신에게 반기를 들면 호되게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협박성 메시지를 당내 의원들에게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에게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진 당 윤리위원들에게 보내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는 당내에서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전략이기도 하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당 윤리위 중징계 결정을 마치 세대갈등이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기 위한 술수라는 말이다.


실제로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는 2030 세대의 대변인들이 이 대표를 엄호하며 “꼰대적 짓누름(신인규)”, “어른이라는 궁색한 권위(박민영)”라며 정진석 의원을 겨냥한 대응이 나오기도 했다.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보통 정치권에서 생각이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마지막에는 ‘너 몇살이야’ ‘선배가 말하는데 배지 달고 와’라는 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라고 촌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 윤리위의 당연한 징계 결정을 ‘꼰대들의 반란’으로 몰아 빠져나가려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로 인해 당이 깊은 내홍에 빠져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성 상납' 의혹 논란과 관련한 당 윤리위 징계 심사에 대해 "굉장히 이례적인 게 의혹이 제기되고 수사를 한다고 나오면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답이다. 그런데 그(징계 심사) 상황 때문에 당이 혼란에 빠졌다"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징계를 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 윤리위 징계는 수사 결과를 보고 하는 게 아니다. 설사 법적으로는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나올지 모르겠으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게 윤리위 결정이다.


‘탈문(脫文)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신평 변호사가 이준석 대표에게 “폭로의 기반이 되는 사실은 대체로 진실이 아닐까 하는 추정을 한다”라면서 “폭로 사실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당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은 이런 연유다.


사실 이준석 대표와 같은 권모술수는 과거 노회한 구태 정치인들에게서나 보아 왔던 모습으로 젊은 당 대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마치 젊은 탈을 쓴 백발노인의 진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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