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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현재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서 2012년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내세웠던 ‘청와대 개방’ 공약문서의 마지막 서명만 ‘문재인’에서 ‘윤석열’로 바꾼 패러디물이 돌고 있다.
전날 윤석열 당선인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입장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기존 청와대는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과 함께 개방해 국민께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애초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 청사를 이전 장소로 검토했으나 경호와 안보, 비용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용산 국방부 청사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졸속 추진'이라며 반발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용산 집무실 이전 결정 과정이 완전한 졸속, 불통"이라며 "국민의 뜻은 깡그리 무시한 당선인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그는 "구청 하나를 이전해도 주민의 뜻을 묻는 공청회를 여는 법"이라며 "국가안보와 시민의 재산권을 좌우할 청와대와 국방부 이전을 국민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강행하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고 따져 물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장소 선정과 절차에 있어서 국민소통이라는 애초의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라며 "용산 국방부 청사가 과연 국민소통을 위해 적합한 장소인지 대단히 의문스럽다. 절차도 일방통행인데, 이처럼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을 아무런 국민적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10년 전 문 대통령의 공약 패러디물과 함께 민주당의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그때 문 대통령은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어떤 공약을 했던 것일까?
지난 2012년 문재인 당시 후보는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회견을 열고 "제가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 종합 청사로 이전하겠다"라며 "지금의 청와대는 개방해서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조선총독부 관저, 경무대에서 이어졌다면서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 '제왕적 대통령 문화의 상징',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의 상징', '대통령을 국민으로부터 철저하게 격리하는 곳'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윤 당선인이 기자회견을 열고 밝힌 입장과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민주당의 비판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윤 당선인 역시 "청와대는 제왕적 권력의 상징으로 초선 총독부터 100년 이상을 써온 곳"이라며 "(청와대를 벗어나는) 결단을 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공약을 말씀드렸고 많은 국민께서 좋게 생각하시고 지지를 보내셨다"라며 “임기 시작인 5월 10일에 개방해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라고 약속이행의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사실 청와대는 도심 한복판에 있는 미국·영국·일본 등의 대통령·총리 집무실과 달리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구중궁궐이었다. 국민과 소통하며 일하는 곳이 아니라 사실상 구름 위에서 군림하는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라며 집무실 이전을 약속했던 것 아닌가. 하지만 불행하게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아무 조치도 않더니 2년 만에 업무 보기가 불편하고 경호가 힘들다는 등 이런저런 변명을 하면서 백지화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건 핑계에 불과하고 사실은 ‘청와대’라는 특별 권력에 취해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윤 당선인은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청와대 조직도 대폭 구조 조정해 정부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대통령을 지원하는 보좌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뜻도 밝힌 바 있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만 하고 실천하지 못한 것을 윤석열 당선인이 실천에 옮기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청와대를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윤 당선인의 뜻에 제동을 걸 게 아니라 박수를 보내는 게 옳다.
그건 문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이 못 이룬 꿈을 윤 당선인을 통해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어깃장을 놓는다면 민주당은 6.1 지방선거에서 가혹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5월 10일 국민에게 청와대가 개방돼야 하는데 민주당의 반발로 일정이 연기되거나 삐걱거리면 국민이 누구를 향해 회초리를 들게 될지는 빤한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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