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꼬마 트럼프’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3-29 11: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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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혐오 정치’가 마치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빼다 박은 듯 닮았다.


그에게 ‘꼬마 트럼프’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을 정도다.


트럼프는 히틀러식 혐오 정치를 통해 미국 제45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다.


트럼프의 화법은 중요한 사실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새로운 악(惡)을 창조한다. 그리고 자신이 창조한 악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을 부추긴다. 트럼프의 관점으로 보면 미국에서 백인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은 진정한 미국인이 아니라 가면을 쓴 위협적인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트럼프의 ‘혐오 정치’는 미국민에게 염증을 불러왔고, 결국 제46대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선거 역사상 1992년 이후 28년 만의 재선 실패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으며. 현직 대통령의 재선 실패는 아버지 부시 이후 처음이다.


이런 트럼프의 모습이 이준석 대표에게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여성 혐오’를 부추겨 압도적 정권교체가 가능했던 대선을 박빙의 승부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는 ‘장애인 혐오’를 부추기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다.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는 막무가내다,


다운증후군 딸을 키우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29일 "지하철에 100퍼센트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위한다는 것을 조롱하거나 ‘떼법’이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이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는 마치 전장연 시위대가 '급하면 버스타라'고 던지는 언급과 다름이 없는 수준"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미경,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게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왜 하필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이슈 파이팅을 하나”라고 지적했고, 조수진 최고위원도 “국민의힘이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이종성 의원도 전날 오전 10시쯤 이 대표와 약 40분간 면담하며 이 대표가 이동권 시위를 비판하는 점에 대한 우려의 의견을 전달했다.


특히 특히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제25차 출근길 시위에 참석해 “적절한 단어 사용이나 소통으로 마음을 나누지 못한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드린다”라며 무릎을 꿇었다. 이 대표가 최근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고 있다”라는 등 출근길 시위를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한 사과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런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이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현장을 방문해 무릎 꿇고 사과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선 “(김)의원은 개인 자격으로 간 것”이라며 “(나는)사과할 계획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결국, 전장연을 달래기 위해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나서야 했다.


인수위는 전장연 관계자들과 만나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심도 있는 과제 이행을 약속하는 한편 출근길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하철 시위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전장연 대표는 이준석 대표가 전장연 시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데 대해 우려의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도 이준석 대표가 고집을 부린다면 그는 공당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이준석 대표를 향해 ‘꼬마 트럼프’, ‘히틀러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그는 어쩌면 자랑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결국 트럼프가 몰락했듯, 자신의 몰락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편 가르기하고 국론을 분열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 국정 운영에도 해악을 끼칠 것이고, 향후 6.1 지방선거와 다가올 총선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장난스럽게 ‘꼬마 트럼프’를 당 대표로 뽑은 대가를 당원들이 톡톡히 치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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