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탄 출마’ 맞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5-12 11: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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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야, 임X. 계양이 호구냐. 왜 기어 왔어?”


“분당에 가. 분당에 가서 싸워!”


11일 인천 계양구 일대를 돌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한 시민으로부터 받은 항의다.


이 전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 분당갑 선거를 회피하고,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한 데 따른 시민의 분노가 그를 만나자 그대로 폭발한 것 같다.


사실 이재명 전 지사의 계양을 출마는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


우선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 그가 출마를 선언한 날은 대선에서 패배한 지 채 두달도 안 되는 시점이었다.


오죽하면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12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재명 전 지사의 출마에 대해 "누가 봐도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 아닌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성찰의 시간을 갖고 행동을 하는 게 맞을 텐데"라며 혀를 찼겠는가.


앞서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전날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 "선거환경(계양을이 민주당 우세지역), 상대 후보와 상대성 등을 볼 때 이재명 후보의 의회 입성은 가능할 것이지만 이번 출마가 민주당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같은 날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 "이재명 고문은 수사를 통해서 의혹들을 다 털고 가족 간 화해, 사과, 반성 등 이미지를 개선한 다음에 나왔으면 좋은데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나왔다"라며 입맛을 다셨다.


이처럼 민주당과 진보진영 내에서조차 이재명 전 지사의 출마가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니 인천 시민이 그런 항의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면 이 지사는 왜 욕을 먹을 걸 빤히 알면서도 ‘분당갑’이 아닌 손쉬운 ‘계양을’을 선택한 것일까?


무조건 금배지를 달아야 할 어떤 절박함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게 뭘까?


어쩌면 이재명 지사가 “물도 안 든 물총이 두려우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것과 연관이 있는지도 모른다.


현재 이재명 지사는 범죄혐의가 있는 ‘피의자’ 신분이다. 경찰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 이재명’이라고 적시됐다고 한다.


게다가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 개발 비리가 발생한 대장동 원주민들은 이 전 지사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재명 지사는 자신을 향한 수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수사 기관의 수사를 ‘물총’에 비유한 것이다. 결코, 자신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 범죄 피의자의 그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아마도 ‘방탄조끼’를 믿는 모양이다.


여당에서 그의 출마를 ‘방탄 출마’로 규정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제로 그가 금배지를 달면, 당장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게 최종 목적은 아닐 것이다. 그런 방탄은 국회 회기 때에만 가능한 것으로 국회가 365일 열리지 않는 한 방탄조끼를 벗게 되는 날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가 금배지를 달아야 하는 절박한 이유는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내친김에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까지 출마하기 위한 포석일 것이다.


만일 그가 공천권을 쥔 당 대표로 총선을 치르고 이후 대권에 도전한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권 도전 궤적과 비슷한 코스를 밟게 된다.


그러면 자신을 향한 정당한 수사의 칼날을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대여투쟁을 강력하게 펼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불체포특권보다도 더 강력한 ‘방탄조끼’를 입게 되는 셈이다. 그로 인해 ‘제2의 조국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걸 기대하고 손쉬운 계양을에 출마해 악착같이 금배지를 달려고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 전 지사의 계양을 출마는 ‘방탄 출마’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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