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원내대표직 내려놔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6-28 11: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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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자기 집에 불났는데 옆 마을 잔칫집에 가고 앉아있다.“


이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 특사 자격으로 28일 출국하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향한 쓴소리다.


노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권 원내대표님, 지금이 필리핀 갈 때냐"며 이같이 지적했다.


노 의원은 "지금까지 원 구성이 난항을 겪은 것은 권 원내대표가 검찰 정상화법 합의를 뒤집었기 때문이었는데도 오히려 국회 파행의 원인 제공자가 배짱을 부리며 민생을 발목 잡고 있다"라며 "그렇게 해외를 가고 싶다면 원내대표를 놓고 나가면 된다"고 쏘아붙였다.


맞는 말이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노 의원의 지적처럼 대한민국 경제가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인 상황에서 국회 정상화를 책임져야 할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국회가 한 달째 공전하는 데도 지금, 필리핀 대통령 축하를 하러 3박 4일 해외 나들이를 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여당이 국회 정상화 의지가 없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권 원내대표가) 필리핀 특사로 출국하신다는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라며 “국회를 정상화하면서 어떡하든 민생문제를 다루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특사로 가신다(는 것은) 애초부터 국회 정상화의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라고 공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입장만 바꾸면 수석(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고, 통신 수단이 발달해 화상·원격회의도 하는 마당이어서 (내가 출국해도) 원 구성 협상 타결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하지만, 박순애(교육부)·김승희(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이 오는 29일로 다가왔고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청하고 나선 마당에 여당 원내대표가 자리를 비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


원내대표의 역할을 망각한 처사라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실 그는 원내대표 자격이 없다. 이른바 ‘검수완박’ 중재안을 덜컥 합의해 놓고, 그걸 자랑하다가 뒤늦게 법안의 문제점을 알고 뒤집은 순간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했다.


그런데도 자리 욕심에 그걸 지키고 앉아있으니 야당으로부터 번번이 공격을 받는 것 아니겠는가. 더구나 그는 당내에서도 신망을 잃은 상태다.


전날 장제원 의원이 대표로 있는 당내 의원모임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초청 특강에 의원 약 60명이 몰리면서 성황리에 마쳤으나 같은 날 오후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정책 의원총회에는 40여 명의 의원만 참석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한 당내 국회의원 1호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새미래)의 출범식에도 48명이 참석했다. 그보다도 적은 수의 의원만 정책 의총에 모인 것이다.


이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내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럴수록 원내대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데 원 구성 협상의 책임자가 이 중요한 시기에 ‘특사’로 외국에 나간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렇게 외국에 나가고 싶다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고 가라.


어차피 당내에선 신망을 잃은 지 오래고, 야당에서도 ‘합의 파기’ 이력으로 불신하는 상황에서 무슨 욕심으로 그 자리를 움켜쥐고 있는지 모르겠다.


권 원내대표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의 '선거 전략'이나 '세대포위론'이 틀리지 않았다며 '변호'하는 글을 올리는가 하면, 대선에서 이준석 대표의 '등판' 이후 윤석열 후보가 '골든크로스'를 이뤘다는 식의 황당한 글을 올리는 걸 보면, 아마도 이준석 대표의 지원 아래 당권 도전을 꿈꾸는 모양인데 꿈 깨시라.


누구의 등에 업혀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당장 원내대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합의를 파기하는 등 그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그보다 큰 역할을 무슨 수로 감당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권 원내대표는 “자기 집에 불났는데 옆 마을 잔칫집에 가고 앉아있다”라는 노웅래 의원의 지적을 뼈아프게 되새기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귀국 후 원내대표직을 던지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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