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길’ 이재명의 선택, 특검…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0-24 11: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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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원장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통해 지난해 4~8월 이재명 대표의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여 원(실제 수수 금액은 6억 원가량)을 불법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재명의 핵심 측근인 김 부원장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의 칼날이 ‘윗선’에 해당하는 이재명 대표의 턱밑까지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부원장이 돈을 받았다고 지목된 시기는 그가 이 대표의 선거캠프를 이끄는 총괄부본부장으로 활동했던 때와 겹친다. 김 부원장이 받은 ‘뒷돈’이 실제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 등으로 쓰였다면, 이 대표 역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검찰은 특히 대선자금 의혹과 관련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라며 자신감을 보이는 상황이다. 유동규 씨의 진술 외에도 자금 전달자와 시점, 전달 장소 등 구체적인 물적 증거들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24일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차 진행했다. 민주당 측 반발로 영장 집행이 불발된 지 닷새만이다.


이재명 대표의 운명이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다.

 

이처럼 막다른 길에 이른 이재명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까?


통상 이런 지경에 이르면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표직을 내려놓고 개인 자격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재명의 선택은 달랐다. 오히려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당을 전면에 내세워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있다.


민주당 소장파 김해영 전 의원이 자신의 SNS에 “이재명 대표님 그만하면 되었습니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주십시오”라는 글을 남겼으나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거대 야당의 의석을 무기로 ‘대장동 특검’을 주장하며 시간 끌기에 나섰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즉시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당시 "특검의 수사 범위에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실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개발 관련 불법대출 의혹, 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누나가 윤석열 대통령 부친의 집을 사 준 경위와, 검찰 조작 수사 의혹 등도 다 확인해야 한다"며 ‘윤석열 동시 특검’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검찰이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차 시도하자 이 대표는 ‘대장동 특검’만이라도 하자며 한발 물러섰다.


이 대표는 왜 대장동 특검에 이토록 목을 매는 것일까?


사실 이 대표는 대선 당시 ‘대장동 특검’을 완강히 반대했던 사람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 신분이었던 지난해 9월 27일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제주지역 공약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의 대장동 특검 요구를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부하면서 국민의힘의 특별검사 도입 요구를 '적폐 수법'으로 규정하기도 했었다.


당시 이 대표는 특검 거부의 이유로 검찰과 경찰 수사를 들었다. 특검을 도입하면 진실규명보다 대장동 의혹이 정치적으로 소모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 역시 이 대표의 뜻에 따라 특검 협상을 거부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의 칼날이 자신의 턱밑에 다다른 지금에 와서야 특검을 주장하고 있으니 기각 막힐 노릇이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적처럼 수사받는 당사자가 마치 쇼핑하듯이 수사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나라는 적어도 민주 국가 중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1년 전에 지적했듯, 지금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특검을 도입하면 대장동 의혹이 정치적으로 소모될 수 있다. 그래서 특검은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는 다수당 의석을 앞세워 단독 처리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혼자 죽지 않고 당을 끌어안고 동반 폭사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민주당 의원들이 거기에 맥없이 끌려다니는 이유는 뭘까?


만에 하나 콩고물을 받아먹은 원죄 때문이라면 그런 민주당은 공중분해 되어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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