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토론회라면 필요 없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2-26 11: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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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 숨진 채 발견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고 발뺌하고 있지만, 지난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등 경영실적개선 유공으로 이 후보가 직접 김 처장에게 표창을 수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2015년 김 처장 등과 함께 10박 11일간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갔다 온 증거 사진이 나왔지만,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실제 그는 “김 처장이 하위직이라 몰랐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번에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직접 대장동 화천대유 선정을 도맡아온 김 처장에게 표창을 수여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26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성남시로부터 확보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연말 우수직원 표창계획(2015년 12월)' 자료에 따르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김 처장을 포함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경영실적 개선 및 시민편의 증진에 기여한 우수직원들에게 시장 명의로 표창을 수여했다.


당시 시장 표창은 재직기간 2년 이상인 직원 중 공사 발전과 시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한 공이 많은 자, 사명감이 투철하고 시민 만족도 및 청렴도 등 공·사생활의 귀감이 되는 자를 대상으로 했다.


당시 '공적심사조서'에 따르면, 특히 김문기 처장은 2013년 11월 공사 입사 이후 개발사업본부 주무부처의 총괄책임자로 모범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공사의 위상 제고 및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다고 적시돼 있다.


또 이재명 시장은 민간사업자들이 막대한 개발이익을 독식한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과 '위례신도시 A2-8블록 개발사업' 등을 김 처장의 대표적인 성과로 인정했다.


실제로 해당 자료에는 "대장동 개발이 성남시 현안사업으로 김 처장이 민관합동방식 추진 및 투명하고 공정한 민간사업자 선정(화천대유)을 통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했다"라고 명시돼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재임 당시 자신이 직접 설계한 대장동 개발사업을 자신의 설계대로 업무를 충실하게 이행한 김 처장의 공로를 인정한 셈이다.


김문기 처장의 유족들이 “실무자에게 책임을 다 뒤집어씌웠다.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울부짖는 건 이런 이유다.


그는 거짓말만 하는 게 아니라 자고 나면 말이 바뀌기도 한다.


이재명 후보는 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차별화된 전략을 내놓았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는 '감원전'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다시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신규 원전은 짓지 않고, 대신 문재인 정부가 중단시킨 신한울 3, 4호기는 건설을 재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SNS에 원전을 ‘시한폭탄’에 비유하면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지했었다. 말 바꾸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기본소득을 추진한다고 했다가 “제 1공약은 아니다”라며 철회했다가 다시 한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죽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최근 들어 이재명 후보의 '말 바꾸기'가 심각하다"며 "하도 말을 자주 바꾸니 이제 국민은 이재명 후보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할 것"이라고 비꼬았겠는가.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이른바 일대일 ‘맞장 토론’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싸움 밖에 안 된다”며 사실상 반대했다. 물론 두 후보가 볼썽사납게 싸움만 하더라도 토론은 해야 한다. 그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후보는 기꺼이 토론 제안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재명 후보가 지금처럼 밥 먹듯 거짓말을 하거나 말 바꾸기를 한다면 과연 그런 토론회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이 후보는 토론회를 제안하기에 앞서 먼저 토론회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거짓말이 드러나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국민은 거짓말하는 토론회를 원치 않는다. 화려한 언변으로 궤변을 늘어놓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지겹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이재명 후보는 국민 앞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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