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비명계 ‘치킨게임’ 승자는?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2-07 11: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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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7일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윤석열 정권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목표를 정해놓고 조작을 해서 정치보복, 정적 제거 수단으로 국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권력을 남용하는 공포정치로 민주주의가 질식해가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당내 반응은 싸늘하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이재명 대표와 정치공동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릴레이 동참을 촉구했으나 현역 의원 169명 가운데 고작 두 명만 참여한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앞서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이재명 대표와 정치공동체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릴레이에 동참해주세요”라고 썼다. 이틀 뒤(지난달 25일) 당내 공식 책임 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해시태그 릴레이 캠페인에 많은 동참을 바란다”고 재차 제안했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난 7일 현재, 캠페인에 동참한 민주당 의원은 단 2명(1.2%)에 불과했다. 그나마 제안자인 정 최고위원을 빼면 이해식 의원 한 사람만 동참한 셈이다.


이른바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엮이기 싫다는 의원들의 생각이 엿보이는 단면이다.


당내에선 ‘분당’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 대표에게 “공천권을 내려놓으라”고 압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이 대표를 대신할) 리더십은 얼마든지 세워진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실제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공천권을 내려놓으라”고 압박했다. 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당내에서 당 대표 공천권을 내려놓으라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장관은 이날 SBS[투자정보/종목채팅]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가 ‘정당 정치의 고질병인 공천 문제와 관련해서 나는 다 오픈하겠다.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겠다’(공천권 포기)라고 선언한다면 국민이 굉장히 감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박 전 장관은 전날 오전에도 YTN[투자정보/종목채팅]에 출연해 “당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예견했던 일이라며 분당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었다.


어디 그뿐인가.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에 의한 사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검찰의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 등 '사법 리스크'가 점점 현실화하는 상황이지만 이 대표가 지지층에만 매달리면서 유감 표명 등을 하지 않는다는 시각으로, 점차 불만이 점증하는 모습이다.


이상민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재명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아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해 "공자 말씀 같은 건 국민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며 "사법적 의혹에 대해 국민이나 당원이 가진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를 밝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쏘아붙였다.


이원욱 의원의 비판은 더욱 아프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윤석열 대통령 취임 200일, 이 대표 취임 100일이 지났다. 대통령에 지지도가 30%대를 왔다 갔다 하고 부정 평가가 60%를 왔다 갔다 하는 상태가 지속하는데도 민주당의 지지도가 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힘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대표 취임 100일이라고 하는데 국민이 생각할 때는 '측근들 방탄 빼고 한 게 뭐 있지?'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라고 하는 건 검찰이 청구했지만, 판사의 판단이 있었던 것”이라며 “사법부 전체가 민주당 정치탄압에 몰두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사법리스크를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 "100도가 임계점이라면 지금 70~80도"라고 비유하며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대신할) 리더십은 얼마든지 세워진다"라고 했다.


이게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처한 실상이다. 당을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이 대표에 맞서 당이 대표의 리스크를 껴안고 동반침몰해서는 안 된다는 비명계 의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표가 힘을 얻으면 민주당이 몰락하고, 비명계가 힘을 받으면 이 대표가 몰락하는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이 승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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