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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를 대표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 행보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 대표는 ‘갈라치기’ 득표전략을 사용하는 탓에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을 기반으로 하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는 비교적 단단하게 굳어졌지만, 그로 인해 국민의힘은 ‘혐오 정당’으로 낙인 찍히는 등 상당한 해악(害惡)을 끼쳤다. 이로 인해 이준석은 ‘혐오 정치’의 대명사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반면 박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에 2030 세대 여성들로 대표되는 새로운 집토끼를 끌고 들어오는 등 당세확정에 크게 도움을 주었다. ‘불꽃 대장’이라는 아름다운 별칭까지 얻었다.
우선 이준석 대표를 살펴보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한 책자에서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여성 혐오표현의 사례로 언급했다고 한다. 이준석은 ‘여성 혐오 정치인’이라는 사실이 역사적 기록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반성하기는커녕 “아무 데에나 혐오 발언 딱지를 붙인다”라며 반발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청소년 혐오차별 대응 워크숍 프로그램을 위해 만들어진 ‘혐오차별 대응하기’라는 책자에서 이 대표가 지난해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여성 혐오나 차별은 망상에 가까운, 소설·영화를 통해 갖게 된 근거 없는 피해의식”이라고 언급한 부분을 여성·페미니스트 관련 혐오표현 사례로 발췌했다.
인권위는 해당 책자에서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와 의지가 좀 약하다”라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 등도 혐오표현으로 지적했다.
인권위의 이 같은 지적은 맞다. 정치인은 특히 약자에 대해 함부로 ‘혐오성’ 발언을 해선 안 된다. 이준석 대표나 이해찬 전 대표 모두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이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당 대표가 자행하는 셈이다.
반면 민주당에는 그동안 중도적 입장을 취해왔던 2030 세대 여성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반감과 박지현 위원장의 존재 탓이다.
박지현 위원장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2030 여성들이 이제 대한민국 변화의 주역이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확인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혐오와 차별을 뚫고 지금 우리 여성들이 일어서고 있다”라며 “대선에 이어 입당으로, 입당에 이어 출마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희망 행진이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2030 여성 지지층의 움직임은 토론회에서도 감지됐다. 토론 전 온라인 설문엔 사흘간 18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유튜브로 중계된 토론회 동시접속 인원은 2000명에 육박했다. 평소 민주당 비대위원회 시청자(200명 안팎)의 10배 가까운 숫자였다.
박 위원장이 발언할 때는 “불꽃 대장 멋져요”, “박지현 사랑해요” 같은 응원 문구가 댓글 창에 달렸다. 박 위원장이 활동했던 ‘추적단 불꽃’을 상징하는 불꽃 이모티콘과 파란색 하트 이모티콘도 쏟아졌다. 박 위원장에게는 ‘불꽃 대장’이라는 별명이 따라붙기도 했다.
2030 여성세대의 당원 가입 규모도 적지 않다. 대선 이후 지난달 말일까지 민주당에 새로 가입한 당원은 약 16만 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2030 여성층이라고 한다.
여론조사에서도 박 위원장의 힘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3월 정당지지율 조사에선 20대 여성의 40%와 30대 여성의 42%가 각각 민주당 지지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와 비교해 20대 여성 지지율은 9% p(31%→40%), 30대 여성은 8% p(34%→42%)나 상승했다. 민주당의 ‘집토끼’라고 불리는 40대·50대를 제외하고 가장 지지율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2030 여성세대들이 민주당의 새로운 집토끼로 안착하는 셈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엄밀한 의미에서 이런 현상은 ‘불꽃 대장’ 박지현의 역할이라기보다는 ‘여성 혐오’ 이준석의 후유증이라는 게 맞을 거다. 장난스럽게 젊은 당 대표를 선출한 대가가 6.1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국민의힘에 엄청난 해악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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