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은 누군가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7-13 11: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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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배 전 한국가스기술공사 상임감사

방한을 마치고 돌아간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에게 여러모로 ‘어려운 걸음’을 해준 감사의 뜻은 전해야 옳을 듯싶다. 한국 사회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괴담’ 수준의 논란이 되풀이되고, 이로 인해 증폭되는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시켜야하는 것도 전문성을 갖춘 과학자와 정부, 그리고 국제사회의 몫이긴 하다.

그로시 사무총장도 “국제기준, 과학적 기술적 측면에서 내부 이견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검증 결과를 자신했다. 하지만, 막상 2박 3일 방한 기간 IAEA 검증 결과나 국제기구의 공신력 자체를 공격하는 한국의 야당과 시민단체들까지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IAEA가 어떤 보고서를 낸다 한들 이웃 나라 일본의 오염처리수 방류를 태평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국민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예측은 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책임있는 국제기구 수장으로서 한국민들이 괜한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아는 그도 “한국민들의 우려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특히 바다로 연결된 한·일 양국의 지리적 근접성을 염두에 두고 볼 때 일본 수산물은 물론 우리나라 수산물도 방사성물질에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된다. 이러한 사안 자체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볼 때, 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공당(公黨)이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도리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한 활동 중 야당과 시민단체의 대응방식은 괴담과 음모가 활개 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향해 “이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며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안전성 결과내용에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 IAEA의 권위 자체를 원천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IAEA는 유엔 산하 기구가 아니다” “IAEA는 일본으로부터 거액의 분담금과 기여금을 받고 있다” “IAEA는 자신들의 중립성부터 증명하라”는 등 IAEA의 정체성까지 온통 흔들어 놓았다.

민주당은 IAEA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진전을 감시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보고하는 등 계속된 노력은 깡그리 무시한 채 이처럼 비하하기만을 일삼았다. IAEA는 지금 이 순간도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도록 요구하며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수 십년 우리의 입장을 담아 한반도 안전보장을 대변해 왔던 역사가 있는 소중한 기관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입장에서 ‘유엔(UN)’의 권위나 위상은 남다르다. 2차대전 종전과 함께 창설된 국제질서 속에서 첫 유엔군 파견을 받아 전란을 극복한 나라가 아닌가. 6·25전쟁 때 16개국이 아무런 이익 없이 전쟁에 동참한 것은 국제사회 대의에 맞는 것이고, 그 가치에 맞기 때문에 결행된 조치였다. 이처럼 엄혹한 현실과 역사 앞에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자신의 가치관을 위해 손해도 감수하고 용기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본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독립과 동란의 폐허를 극복하고 짧은 기간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 발전에 성공한 나라다. 발전 과정상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어 해외 투자 유치와 국제 무역을 축으로 국제 규범과 질서의 토대 위에서 성장해야만 했다. 앞으로도 전 세계와 교역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나라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명실공히 세계 10위권 국가다.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파동을 비롯, 상주 참외 사드 전자파 논란,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도롱뇽 서식지 파괴 논란과 같은 허상은 거둬내야만 한다. 각종 괴담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득세하는 그릇된 과도기적 민주질서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날 때가 됐다. 바야흐로 K-pop이 지구촌을 휘감고 한류가 세계로 통하는 이때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가치관에 입각해 국제관계를 도모한다는 건 선진국 진입을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할 장애물이자 큰 강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아가면 이익은 조금 더 생길지 모르지만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나라가 되긴 어렵다. 인간 사회에도 격(格)이 있듯, 국가에도 격이 다른 국가가 있다. 이제는 이익을 추구하는 후진국형 외교에서 탈피해 가치를 추구하는 선진국형 외교로 전환해야 할 때다.

지구촌 유일의 이념분단 국가로서 겪어야 하는 설움과 콤플렉스로 인해 가진 역량만큼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면도 많다. 그러한 저평가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있긴 하다. 한반도의 평화 위기와 남북관계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뜩이나 야당리스크, 좌우·보혁 갈등까지 겪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적어도 피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차치하고라도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 한일 갈등에 따른 일본의 무역보복 등 정치 외교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새로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포함해 음모와 괴담으로 얼버무려진 각종 정쟁으로 정국불안을 잔뜩 키우고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 바뀐게 아니냐는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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