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의 왕국’에도 봄은 오는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2-06 11: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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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한민국에 ‘동토의 왕국’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호남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한다고 해서 붙여진 ‘동토의 왕국’.
그곳에도 봄은 오는 모양이다.


그동안 호남주민들의 문재인정부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시장 보궐선거 개입’ 논란에도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약속했을 때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부산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찬성률을 가장 높았던 지역이 호남이었다.


이미 인천국제공항은 전 세계 3위 규모에 달하는 많은 양의 화물을 문제없이 소화하고 있어서 가덕도 공항의 실효성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환경’ 걱정을 하며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 정부가 정작 환경파괴 우려가 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되레 호남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그런데도 호남주민들이 찬성하는 걸 보고 세간에선 “가덕도가 호남에 있는 줄 알았다”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매번 선거 때마다 민주당이 싹쓸이하다 보니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된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대통령선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19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에 잇따라 출마한 이회창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는 광주와 전남·전북을 통틀어 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


17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주 8.59%, 전남 9.22%, 전북 9.04% 득표율을 보이는 데 그쳤다. 심지어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광주 7.76%, 전남 10%, 전북 13.22%의 득표율을 보였을 뿐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광주 1.55%, 전남 2.45%, 전북 3.34%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호남 지역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3·9 대선을 앞두고 6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20%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7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오차범위±3.0%p) 한 결과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냐'는 질문에 호남 지역 응답자의 18.1%가 윤석열 후보를 꼽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오차범위±3.1%p) 한 결과 역시 흡사했다. 윤 후보는 호남에서 19.2%의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 리서치뷰가 UPI뉴스 의뢰로 1~3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호남에서 3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헤럴드경제의 의뢰를 받아 지난 2~3일 조사한 결과,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26.2%를 기록했다. (이들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물론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50%대를 상회 하고 있어 여전히 윤 후보가 열세에 있는 건 맞지만 그 격차가 급격하게 좁혀지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호남주민들이 맹목적인 지지를 거두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호남 지역 젊은 세대들이 그렇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자신들의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진 사실에 그들은 분노한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청년 실업률이 급증해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 그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무능한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호남 지역 청년들에게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야당 텃밭인 영남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윤석열 후보가 잘못하고 이재명 후보가 잘 하기만 하면, 영남주민들은 기꺼이 이재명 후보에게도 표를 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망국적인 지역주의 정치를 끝장내야만 한다. 그러자면 먼저 ‘동토의 왕국’이라 불리는 호남에서 봄바람이 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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