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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원(院) 구성의 전제조건으로 국회 사법개혁특위 구성과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제소 취하 등을 내걸었다. 황당하다.
대통령선거에서 패하고, 지방선거마저 참패했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앞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24일 당 의원 워크숍 논의를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겠다면서 국민의힘 측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과 ‘헌법재판소 소송 취하’ 등의 조건을 제시했고 27일까지 국민의힘의 답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복잡하게 이것저것 계산하지 말고 2021년 7월 23일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헌법재판소 제소를 취소하는 조건은 수용 불가"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당 지지자들의 반대와 우려 속에서도 통 크게 양보를 했지만, 집권 여당의 원내 지도부가 보여준 태도는 무책임하고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라며 “끝내 (원구성 협상을) 거부하면 다수당의 책무를 다하는 길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물론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를 깨버렸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7월 23일 합의 정신’을 강조한 것이야말로 웃기는 노릇이다. 여야 협상력을 키우려면 그때 권성동은 욕심을 버리고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았어야 했다. 그런데도 계속 원내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으니 민주당이 큰소리치는 것 아니겠는가.
실제로 박홍근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겨준다는 지난해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와 지난 ‘검수완박’ 입법 당시 국민의힘이 국회의장 중재안 합의를 파기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약속 이행’을 압박했다.
그는 원 구성 협상에 조건을 내건 이유에 대해 “법적 권한도 없는 전직 원내대표들끼리 했던 약속일지라도 민주당은 지킬 테니 법적 책임이 있는 현 원내대표들이 국회의장이 서명한 합의도 당연히 지켜달라는 건 너무나 상식적인 요청이었다”라며 “국민의힘의 일방적인 합의 파기 선언으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이니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약속 대 약속’ 이행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에 대해 권성동 원내대표는 할 말이 없을 거다. 필자는 이런 상황들을 예견하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그 결과 대야 협상력은 크게 위축되었고, 민주당이 말 같지도 않은 전제조건을 내거는 참담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의 잘못이 민주당의 잘못을 덮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민주당이 협상의 조건으로 원 구성과 무관한 ‘검수완박’ 법안을 끼워 넣는 것은 옳지 않다.
국회 정상화를 볼모로 편법으로 강행한 검수완박을 지키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은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검찰 수사권을 대폭 축소·박탈하는 법안을 밀어붙였다. 법사위 통과를 위해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넣었을 뿐만 아니라. 안건 논의와 조정도 없이 각각 8분, 17분 만에 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그러다 보니 법사위와 본회의 처리 법안의 내용도 다른 황당한 일가지 발생했다. 법안의 내용과 절차 모두 문제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법사위와 안건조정위에서 법안을 제대로 논의·심사하지 않았고 위장 탈당으로 야당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무효 확인 심판을 제기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원 구성 협상 조건으로 이에 대한 소 취하를 들고나온 것이다.
그래선 안 된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심판은 헌재에 맡겨라. 아무리 거대 의석을 지닌 민주당이 입법부를 장악했다고 해도 사법부의 영역까지 침해하는 건 옳지 않다.
원 구성은 전통과 관행에 따르면 된다.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11 대 7로 나누고 과거 전통적으로 여야가 선택했던 상임위가 있으니 그 관행을 따르면 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런저런 쓸데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그걸 안 들어준다고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으니 문제다.
만일 민주당이 거대 의석수만 믿고 국회 의장단 단독 선출 강행 등 무리수를 두었다가는 ‘검수완박’ 강행으로 지방선거에서 쪽박을 찼던 것처럼, 차기 총선에서도 쪽박을 차게 될 것이다.
마지막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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