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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제 공조 협력 업무 수행차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했다. 실무담당 부서장인 나욱진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이 동행했다.
이를 두고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느닷없이 이재명 대표의 대북 코인 관련 수사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 의원은 1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지휘할 수 없다. (한 장관이) 미국에 가서 조사한 것은 수사”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6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도 “한 장관이 90개가 넘는 미국 연방검찰청 중 뉴욕남부검찰청을 간 것은 그리피스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적 반대자의 입장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과 이재명 시장을 속된 말로 일망타진할 수 있는 계기”라며 “한 장관이 미국 출장을 간 이유는 이걸 수사하기 위해 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김 의원이 언급한 그리피스는 가상화폐 이더리움 개발자로, 2019년 북한을 방문에 대북제재를 피해 해외송금을 할 수 있는 암호화폐 기술을 소개한 혐의로 미국 법원에서 징역 63개월을 선고받았다.
앞서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받고 이더리움 재단에서 일한 그리피스는 2019년 평양에서 열린 '평양 블록체인·암호화폐 회의'에 강연자로 참석한 뒤 미국에서 체포됐다.
그는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는 미 국무부의 경고를 무시한 채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리피스는 대북제재법인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으로 기소됐다. 이는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에 상품이나 서비스,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으로,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 검찰은 그가 회의에서 강연한 블록체인 관련 내용이 북한의 돈세탁과 제재 회피에 사용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해당 재판 과정에서 그리피스와 한국 내 사업 연락책(에리카 강)과 주고받은 메일에 ‘한국 서울시장(박원순)과 성남시장(이재명)이 북한 암호화폐 거래 연결망 구축에 관심이 있다’라는 내용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그 이메일 안에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등장한다”라며 “에리카가 ‘박원순 시장, 이재명 시장이 북한에 무슨 이더리움 연구소도 만들고, 이더리움 서버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라는 내용을 서로 주고받았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김 의원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한민국 정치인이 북한 가상화폐 범죄와 연계됐다는 의미로 중대한 범죄의 영역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김 의원은 거의 자폭에 가까운 내부고발을 한 셈이다.
문제는 한동훈 장관의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을 이재명의 대북 코인 관련 수사와 연관 지을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김의겸 대변인은 전날 오후에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한 장관은 현직 부장검사인 나욱진과 미국 출장에 동행했다. 나 부장검사는 귀국 직후부터 암호화폐 내지 외환송금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핑계로 눈속임을 해가며 미국에 출장 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장관은 "국제공조협력 업무는 법무부의 고유업무"라며 "장관 해외 출장시 실무담당부서장인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이 수행하는 것은 당연한 통상 업무절차"라고 받아쳤다.
이어 "'북한 가상화폐 사건과 이재명 대표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제기'는 김 대변인 본인이 갑자기 국감에서 한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근거를 밝히고 이 대표에게 진위를 확인하면 될 문제"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금 '범죄신고나 내부고발'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저런 범죄가 드러나도 수사하지 말라고 미리 '복선'을 깔아두는 것인지 묻고 싶다"라고 반격했다.
특히 한 장관은 "얼마 전 '악수 거짓말'처럼 김 대변인은 자주 머릿속 상상을 현실에서 쉽게 말해 주위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꼬집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의겸은 왜 자폭성 폭로를 한 걸까. 그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사건"이라며 "근데, 정말 실체가 있기는 한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스스로 불법 의혹을 제기하고 그 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모순된 행동을 반복하는 김의겸 의원을 보면서 저런 상태로 그동안 어떻게 기자 생활을 했는지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가 막힐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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