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출마 가능성 20% 미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1-18 11: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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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많은 사람이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다.


객관적 관찰자로서의 내 대답은 “20% 미만”이다.


사실 그는 상습출마자다.


점잖은 김태흠 충남지사가 18일 나경원 전 의원을 겨냥해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은 지 두세 달 만에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당 대표로 출마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며 "선거장만 서면 얼굴을 내미는 장돌뱅이냐"라고 쏘아붙인 건 그런 이유다.


실제로 나경원 전 의원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36.31%를 득표하여 41.64%를 득표한 오세훈 후보에게 패배했다.


당시 나 전 의원은 확장성이 크게 떨어지는 자신을 반성하기는커녕,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황당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리고는 자숙의 시간조차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같은 해 6월 11일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에 나섰다가 이준석 후보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김태흠 지사가 ‘선거장만 열리면 얼굴을 내미는 장돌뱅이’라고 지적할만하다.


단순히 그런 성향만 보자면 그의 출마 가능성은 100%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지난 전당대회는 낙선해도 타격을 입지 않는 경선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는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급 자리를 불과 3개월 만에 모두 때려치우고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사실상 임명권자를 무시하는 처사로 대놓고 ‘반윤(反尹)’의 길로 들어서야 하는데, 그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어야 하는 길이다.


패배하면 정계 은퇴를 해야 하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따라서 아무리 상습출마자이고. 장만서면 얼굴을 내미는 장돌뱅이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출마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는 사면초가의 처지에 놓였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자신이 해임된 것을 두고 "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 저는 그러기에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본인 명의 언론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며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국민의힘 초선의원 48명은 즉각 공동성명을 통해 “본인의 희망에 따라 맡겨진 2개의 장관급 자리를 무책임하게 수행한 데 대해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물었는데도, 참모들의 이간계 탓으로 돌렸다”며 “나 전 의원에게는 대통령이 악질적인 참모들에 둘러싸여 옥석구분도 못하는 무능한 지도자로 보이나”라고 쏘아붙였다.


초선의원들은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건 20년 가까이 당에 몸담은 선배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믿기 어렵다”라며 “말로는 대통령을 위한다면서 대통령을 무능한 리더라고 모욕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위선이며 대한민국에서 추방돼야 할 정치적 사기행위”라고 직격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홍준표 대구시장은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대학 시절 사적 관계를 아직도 착각해 국가 공무와 연결하면서 칭얼대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딱하기 그지없다”라며 “아직 임기가 4년도 더 남은 대통령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이제는 그만 자중하는 게 좋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출마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미 나경원 전 의원의 곁에는 우군이 별로 없다. 고작 이준석을 지지하는 일부 청년 당원들이나 이준석 계 인사들이 유승민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그의 곁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 세력을 등에 업고 당권 도전에 나선다는 건 달걀로 바위 치기일 뿐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한풀 기세가 꺾인 건 그런 자신의 처지를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전날까지만 해도 출마 여부에 대해 "조금 더 시기를 봐달라. 지지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건 대표 리더십"이라며 강력한 출마 의지를 밝혔던 나경원은 이날 당권 도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언급 없이 고개를 내저으며 차에 올랐다.


그런데도 20%의 출마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는 건 그의 지지율이 그 정도는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어서다. 상습출마자에게 지지율은 망상을 부추기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그걸 끊어내면 살 것이고 절제하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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