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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부실 대응' 책임론에 직면한 경찰이 수사 주체로 나서면서 ‘셀프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이 독립적인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투명하게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과연 내부 문제를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면 검찰과 경찰의 수사 역량을 모아 특별수사팀이나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그건 개정된 검찰청법에 막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추진하면서 대형참사를 수사할 경우 검찰은 수사를 아예 개시조차 할 수 없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참사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1차 수사를 경찰이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 출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검찰이 경찰의 범죄 자체를 수사할 순 있지만, 검수완박 법률 개정으로 검찰이 대형참사와 관련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분이 빠졌다. (검수완박 법안 탓에) 검찰이 수사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라고 밝힌 것은 이런 이유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사전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라며 독립적 특별기구 구성을 약속했다.
약속대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서울경찰청 산하 수사본부를 독립성이 보장된 500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로 전환했다. 본부장인 손제한 경무관은 수사 결과만 상부에 보고하기로 했다. 경찰청장이나 서울경찰청장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셀프 수사'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의 업무상 과실 문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 의구심을 떨쳐내고 철저하게 책임 소재를 가려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본연의 임무인 치안 업무에 안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압사 가능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빗발쳤지만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실제로 전날 경찰청이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이태원 일대에서 신고 접수된 11건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경찰은 11건의 신고 중 총 4건에 대해선 현장 대응에 나섰으나 나머지 7건은 아예 출동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보고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격노’했고, 대통령실 참모진들은 '경찰을 믿기 어렵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동훈 장관은 “엄정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수사 결과에 따라선 윤희근 경찰청장 등 고위급 경찰 간부들이 옷을 벗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수사를 검찰이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경찰이 ‘셀프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이나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처럼 검경이 힘을 합쳐 진상규명에 나설 수도 없다.
검찰 통제나 지휘 등 어떤 견제도 받지 않고 경찰의 독자적 판단으로 대형참사 수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따라서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수완박’ 법안에 발목이 잡힌 검찰은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단지 사건이 송치된 이후 미흡한 부분을 채우는 게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검수완박’ 법안이 부른 대참사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서 누구 하나 이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되레 ‘이태원 참사’를 정쟁의 기회로 이용하려고만 할 뿐이다.
과연 ‘검수완박’ 법안이 아니었다면 경찰이 빗발치는 112신고를 지금처럼 뭉개버릴 수 있었을까?
또 112신고를 뭉개버린 경찰의 잘못을 경찰이 셀프수사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경찰의 늑장 대처에 대한 책임 추궁과 함께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인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책임 추궁도 따라야 하는 이유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 ‘검수완박’을 추진한 민주당 의원들은 비판할 자격이 없다. 그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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