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개헌 이슈 띄워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2-20 11: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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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20일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두 여론조사 모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가족 리스크’로 지지율이 동반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3,0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후보는 44.4%의 지지를 얻어 이 후보(38%)를 오차 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p) 밖인 6.4%p 격차로 앞섰다.


지난 조사 대비 윤 후보는 0.8%p, 이 후보는 1.7%p 각각 하락하면서 두 후보의 격차는 지난주 5.5%p에서 0.9%p 더 벌어졌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3.9%,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3.2%로 이른바 ‘제3지대’ 후보들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상승했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7~18일 이틀간 전국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을 물은 결과, 이재명 40.3%, 윤석열 37.4%로 조사됐다.


전주보다 이재명은 0.3%p 하락했으며, 윤석열은 4.6%p 급락했다. 이로 인해 두 후보가 오차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내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4.6%, 정의당 심상정 후보 4.2%,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1.3%로 ‘제3지대’ 후보의 지지율은 모두 상승했다. 거대 양당 후보의 ‘제 살 깎아 먹기식’ 네거티브 선거전이 결국 두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역효과를 초래한 셈이다.(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그런데도 양당의 네거티브 선거는 오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진성준 의원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이날 오전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동반 출연, 각각 상대 후보의 가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설전을 벌였다. 먼저 진 의원은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사문서위조는 아주 중대한 범죄”라며“사문서위조로 신정아 씨가 처벌을 받았고 정경심 교수도 얼마 전에 처벌을 받았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맞서 성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장남의 ‘불법 도박 의혹’에 대해 “이재명 후보 본인이 제시한 이중잣대고 내로남불”이라고 맹비난했다.


양측 모두 윤석열 후보의 문제나 이재명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리스크’를 파고드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물론 후보 본인 못지않게 가족도 검증 대상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후보들의 정책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서로 ‘내가 더 좋은 후보’라는 걸 알리기보다 ‘저쪽이 더 나쁜 후보’라는 점을 알리는 데에만 열중하는 탓이다.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 선거의 폐단이다.


양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대통령제는 내가 잘해서 지지를 받는 게 아니라 상대가 못해서 어부지리(漁父之利)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현재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후보가 뭘 잘해서가 아니다. 단지 ‘내로남불’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탓에 윤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을 뿐이다.


설사 윤석열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양당제에선 선택지 별로 없다.


안철수 심상정 손학규 김동연 등 제3지대의 후보들은 지지율이 너무 낮아 정권교체를 이루기 어려운 탓이다. 결국 ‘최악(最惡)’의 후보를 피하기 위한 ‘차악(次惡)’의 후보를 선택하는 불행한 선거가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재의 선거제도이다.


이제는 이런 잘못된 선거제도를 바꾸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러자면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지닌 제도가 아니라 협치가 가능한 분권형으로 개헌을 해야만 한다.


때마침 손학규 무소속 후보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라며 출사표를 던졌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불행하게도 성공한 대통령이 거의 없다. 이 제도는 근본적으로 변화를 가져와야만 한다"며 권력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하니, 개헌논의를 위한 멍석은 이미 펼쳐진 셈 아닌가.


그런데도 이재명 후보는 자신이 제왕적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 탓에 이에 대해선 입도 벙긋 않는다.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위원장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물러서는 모양새다. 아쉽다.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건 뭔가. 아마도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개헌 문제가 모든 걸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모양인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당위성은 물론이고 전략적으로도 ‘가족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논의는 결코 손해가 아니다. 만일 캠프 내에서 이를 막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파리 떼 가운데서도 가장 더러운 ‘똥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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