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반사이익’ 기대 말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7-12 11: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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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폭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1일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4~8일 전국 18세 이상 25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라는 긍정평가는 37.0%로 40%대마저 무너졌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라는 부정평가가 57.0%로 과반에 달했다.


지난주 같은 조사와 비교하면 긍정평가는 7.4%포인트(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6.8%p 상승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긍정평가가 30%대로 떨어진 것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며,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앞서 지난 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평가가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를 기록했다.


물론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지만, 지지율 하락이 주는 위험신호를 무시해선 안 된다.


지금까지는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의 시간이었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내로남불’의 오만한 민주당을 향해 분노를 표출한 것이었다.


민주당을 향해 회초리를 들었고, 그로 인해 민주당은 만신창이가 됐다. 국민의 속이 시원해질 만큼 두들겨 팬 셈이다. 그로 인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을 향한 분노도 상당 부분 가라앉았다. 따라서 지금은 민주당의 잘못에 대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걸 기대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권은 잘했습니까’라는 식의 발언으로 국민의 감정선을 자극하고 있으니 문제다. 이전 정권이 잘못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래서 두 번의 선거에서 국민은 전 정권을 가혹하게 심판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민주당 정권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국민 앞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안겨주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대통령 비서실의 무능 탓이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 사이에선 “이렇게 정책조정 능력이 없는 대통령 비서실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책조정 담당자가 무능하면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도 잘하면 좋을 텐데, 비서실장은 아예 존재감이 없다. 그렇다고 홍보담당자들이 잘하는 것도 아니다. 홍보수석은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대변인은 기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게 정무수석 정도다.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한 윤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각은 쉽게 바꿔서도 안 되고, 총리와 야당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쉽게 바꾸기도 어렵지만, 대통령실 비서실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언제든 바꿀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


지금의 비서실 사람들을 그대로 끌고 가면 지지율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로 인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내부에서는 아직은 괜찮다며 자기 스스로 마음을 위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선 곤란하다.


물론 윤석열정부에 대한 실망이 곧바로 민주당 지지로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서는 것)’를 넘어 30%대까지 주저앉으면서 민주당 8·28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세론’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 대선 맞상대였던 이재명 의원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국민이 대선에서 회초리를 들었던 이재명 의원이 다시 고개를 쳐들면 윤석열 대통령을 향했던 매가 다시 민주당으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기대하는 건 옳지 않다.


상대의 설정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정치야말로 하수 중의 하수다.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희망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 첫출발은 대통령 비서실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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