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송영길에 ‘아름다운 퇴장’을 권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4-12 12: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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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은 비록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같은 처지다.


서로 불쌍히 여겨 동정(同情)하고 서로 응원하는 동변상련(同病相憐) 관계다.


송 전 대표는 무연고지인 서울시장 선거에 명분 없이 뛰어들었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유 전 의원 역시 무연고지인 경기도 지사 선거에 명분 없이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송 전 대표가 물러서면 유 전 의원도 물러설 수밖에 없고, 유 전 의원이 물러서면 송 전 대표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소속 정당이 다른 탓에 대놓고 응원하지는 못하지만, 서로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동반자적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명분 없는 출마로 이미 당에서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그냥 버틴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선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경선에 뛰어든 유승민 전 의원의 처지부터 살펴보자.


도지사 경선에 도전했던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이 12일 김은혜 의원 지지를 선언하며 예비후보에서 사퇴했다.


그는 이날 입장문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의 보궐선거 출마까지 포함된 극단적 정치공학적 표 계산으로 진정한 지방자치의 의미와 꿈은 멀어져 가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제가 가졌던 경기발전의 꿈은 김은혜 예비후보가 잘 이뤄나갈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심 전 의원을 포함해 경기도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다수는 현재 김 의원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김학용 의원은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직까지 사퇴하고 김 의원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섰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최춘식·김선교 의원, 김현아·임재훈 전 의원, 함경우 광주시갑 당협위원장, 신보라 파주시갑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경기도당 원내외 당협위원장 19명이 김 의원의 경기도지사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했다.


결국, 경기도 내 전체 59개 당협 가운데 광역단체장 2명, 기초단체장 23명 등 지방선거 출마로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은 25명을 제외한 34개 당협위원장 중 무려 20명이 김은혜 의원을 지지하기 위해 직접 뛰고 있는 셈이다.


유 전 의원이 김은혜 의원에게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두 번이나 대선에 출마했던 거물급이 초선 의원에게 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명분 없이 선거에 뛰어든 탐욕이 빚은 대가다.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마친 송영길 전 대표 역시 딱하긴 마찬가지다.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송 전 대표는 당내 반발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출마 기자회견을 목요일쯤에 할 것"이라며 강한 출마 의지를 보였다.


특히 그는 “당이 공정한 절차를 통해 후보를 모으고 경선에 들어와서 경쟁력을 만들어 이길 생각을 해야 한다”라며 경선 참여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생각은 다르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한 언론과 국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6월 서울시장 공천과 관련) 필승카드가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이 되면 지도부의 다른 결정도 있을 수 있다"라며 아예 대놓고 "전략공천도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박지현 비대위원장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서울은 새 후보를 더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송영길 전 대표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주장을 한 셈이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 8일에도 서울시장에 출마한 송 전 대표를 겨냥해, 전직 당 대표가 후보로 출마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도종환 의원을 비롯한 민주주의 4.0 연구원 이사 13명도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송 전 대표의 명분도 가치도 없는 '내로남불'식 서울시장 출마에 반대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 서울시당 49개 지역위원장은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장 선거에 더욱 다양한 후보군이 필요하다고 지도부에 요청했다. 송영길 후보 대신 다른 후보를 더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설사 경선한다고 해도 송 전 대표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당내 비토 여론에도 물러서지 않고 경선에 참여했다가 패배하면 모든 비난은 송 전 대표가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역시 명분 없이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든 탐욕의 대가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쯤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는 ‘아름다운 퇴장’을 하는 게 어떨까?


두 사람 모두 스스로 예비후보직에서 물러나기를 권한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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