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의 ‘읍소’ 전략 통할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5-24 12: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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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4일 반성한다며 6·1 지방선거에서의 지지를 호소하는 읍소(泣訴) 전략을 구사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고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라며 "우리 편의 큰 잘못은 감싸고 상대편의 작은 잘못은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를 바꾸겠다"라고 쇄신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요즘 전국을 돌며 유세를 다니고 있다. 시민들의 격려도 많았지만 '민주당이 왜 처절하게 반성하지 않느냐'는 질책도 많았다"라며 "정말 면목이 없고 정말 많이 잘못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염치없다. 그렇지만 한 번만 부탁드린다"라며 "저 박지현을 믿어달라. 여러분께서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나가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26세의 젊은 당 대표가 10초간 허리 숙여 사과하면서 이런 의지를 피력한 것은 일단 높이 살만하다.


다만 박지현 위원장의 이 같은 읍소 전략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사실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불리해지면 습관처럼 읍소 전략을 구사해왔다. 하지만 매번 그 결과는 참담했다.


민주당 출신의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읍소 전략은 선거 상황이 어려울 때 마지막으로 등장했던 메뉴”라며 “도망칠 수 없어서 동정표라도 얻어 보겠다는 계산”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3보 1배 읍소 전략을 언급하면서 “결과는 폭망이었다. 지역구 전남만 5석 비례 4석의 원내 4당으로 전락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2006년 지방선 당시 열린우리당이 “저희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려 주십시오”라면서 읍소 전략을 구사한 사실을 거론하며 “그러나 국민은 집권당을 회초리가 아닌 몽둥이로 두들겨 팼다. 광역단체장 16개 중 달랑 전북만 하나 건졌다”라고 적었다.


그런데 이번 박지현의 읍소 전략은 예전과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예전의 읍소 전략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기대난망이다.


반성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실천이 따라야 하는데 그런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즉시 국민 앞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1%도 안 되는 격차로 패한 것에 고무된 나머지 패하고도 승자 행세를 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국민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가 하면,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게 넘겨주겠다는 약속도 일방적으로 파기선언을 하는 등 막무가내다. 심지어 선거 패배로 자숙해야 할 사람들이 선거 전면에 등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진행되는 인천 계양을에 직접 후보로 나설 뿐만 아니라 당 총괄선대위원장이라는 큼직한 감투까지 썼다. 당 대표로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던 송영길은 3개월도 안 돼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서울 관내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집단반대에도 그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반성은커녕 이처럼 오만한 그들의 모습에 국민이 등을 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정말 반성한다면, 내려놓아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계양을 후보직을 사퇴하고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 송영길 후보 역시 명분 없는 서울시장 출마를 사과하면서 후보직 사퇴를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민주당 후보들을 살릴 수 있다.


아울러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대년생) 용퇴론'이 당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만큼, 그들의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도 나와야 한다.


특히 이른바 '짤짤이' 논란으로 당 윤리심판원이 조사 중인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성 발언과 관련해선 즉각 제명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런 실천이 따르지 않고 말로만 하는 반성은 반성이 아니라 기만일 뿐이다. 젊은 당 대표 박지현 위원장의 눈물에도 국민이 마음을 돌리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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